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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컴퍼니 맨 (The Company Men, 2010)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4.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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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뜻 '더 컴패니 맨'은 주주자본주의에 어두운 이면에 대한 설득력있는 우화를 완성한 것처럼 보인다. 주주들을 더 큰 부자로 만들기 위해 회사 구성원들을 제물로 바치는 거대 기업의 이야기 - 오늘날 이보다 더 무서운 괴담이 또 있을까? 해직당한 후 막다른 골목에 몰린 남자는 그 잘난 MBA 출신이다. 그럼에도 재취업의 길은 요원하다. 심지어 그의 가계가 흔들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퇴직 연금 지급 중단이 통보되는 시간보다 짧다. 그러고 보면 90년대 백인 중산 가정의 신화는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위기감은 세대를 소급하여 올라간다. 30대 중반의 세일즈 맨 (로버트 워커, 벤 에플렉), 50대 6두품 시니어 매니져(필 우드워드, 크리스 쿠퍼), 50대 진골 임원(진 맥클러리, 토미 리 존스)로 나누어 교차 접근하는 방식은 좋은 선택이었다. 비극의 원천과 절망의 요체를 보다 입체적인 각도와 연대기적인 관점에서 탐색할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을 정해놓은 듯한 밋밋함이나 대책없는 낙관주의는 조금 아쉽다. 치열해져야 하는 순간 머뭇거리는 태도가 작품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휴먼 드라마도 아니고, 블랙 코미디도 아니고, 블록 버스터도 아닌 '새마을 금고'의 영역에 머물며 장르 또한 어느 정도는 모호해졌다 (註1). 연출 및 각본을 맡은 이가 다름 아닌 존 웰즈임을 상기하자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註2). 그 다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 답지 않은 결과물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근원적인 브레이크-스루가 없는 결말은 해피 엔딩이라기보단 아마겟돈을 간신히 며칠 뒤로 미룬 정도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준다. 관대한 부자 몇 명의 사적인 자비 실현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고, 지식 정보 중심으로 재편된 세상에서 다시 무조건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는 건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그 지점에서 멈춰버린 것이 이 작품의 한계다. 논픽션처럼 철저한 분석과 고발을 행할 수도 없음은 이해하지만 픽션답게 변칙적 반격 또한 시도해보지 못했다는 부분이 아쉽다. 

 

(2014년 11월)

 

(註1) 이 당시 새마을 금고의 텔레비젼 광고에서는 새마을 금고를 영화에 빗대며 그 장르를 세 가지로 나누어 휴먼 드라마, 블랙 코미디, 블록 버스터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註2) 존 웰즈는 미국 텔레비젼 90년대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가, 감독, 프로듀서다. 그는 'ER (NBC, 1994-2009)', 'The West Wing (NBC, 1999-2006)', 'Third Watch (NBC, 1999-2005)' 등의 전설적 성공에 기여한 인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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