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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 <Taylor Swift>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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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망의 1990년을 불과 보름 남짓 남겨두고 태어난(‘데뷔한’이 아님) 테일러 스위프트는 오페라 가수였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노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주로 컨트리에, 특히 리앤 라임즈나 샤니아 트웨인 쪽의 컨트리-팝에. 이후 십대가 되자 직접 곡을 쓰고 공연을 하기 시작했는데 레이블에 데모 테이프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 그녀의 나이 열한 살 때의 일. 숱하게 떨어지고 좌절하던 와중에 (물론 열몇 살짜리가 떨어져 봐야 몇 번을 떨어지고 좌절해봐야 얼마나 오래 좌절했겠느냐 싶지만은) 신생 독립 레이블 ‘빅 머신 레코드’과 전격적으로 계약을 맺게 된다. 그녀의 나이 열여섯 살 때의 일이다. 그렇게 발표하게 된 것이 셀프 타이틀 데뷔작인 이 앨범 <Taylor Swift>. 헌데 놀랍게도 이 앨범은 해를 넘기며 서서히 인기를 몰아 미국에서 350만 장, 캐나다에서 200만 장이 팔리는 기염을 토한다. 빌보드 앨범 차트 6위와 빌보드 컨트리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이 앨범에서만 빌보드 핫 컨트리 송 Top 10 안에 무려 다섯 곡을 올리는 놀라운 결과를 이루어낸다. 이건 리앤 라임즈도 샤니아 트웨인도 불가능했던 기록. 그것도 열여덟 소녀가 이런 커리어를 찍으며 아버지뻘인 앨런 잭슨, 케니 체스니, 가스 부룩스, 조지 스트레이트, 브래드 페이즐리, 랜디 트래비스 등 컨트리 슈퍼스타들과 차트 경쟁을 벌인다는 건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관록의 아저씨들이 그녀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몇 합 겨루다가 차트 밖으로 밀려나고 다음 아저씨와 교대하는 심히 쪽팔리는 일이 반복되는 와중에 이 앨범은 어느새 발매된 지 2년 여가 지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2008년 11월 15일 자 빌보드 컨트리 차트에서 아직도 5위. 그러니까 무려 106주째 이 부근을 서성거리는 중이다. 바로 그 아래 8위에 여전히 랭크되어 있는 그래미가 사랑하는 새로운 아메리칸 스윗하트, 캐리 언더우드의 앨범 <Carnival Ride>가 54주째 머무는 것도 징하기 짝이 없는 좀비적 기록 행진인데 106주면 그 두 배에 해당하니, 아무리 관성이 유난한 컨트리 차트임을 감안하더라도 그녀의 폭발적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테일러 스위프트 신드롬이지만 그 안에는 대단하거나 유난한 비밀이 없다. 입이 딱 벌어지는 기적도 없고 유별난 마케팅도 없다. 좋은 곡이 입소문을 타고 라디오를 타서 서서히 전국으로 번져나가는 대중음악의 전통적 성공 스토리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여기엔 3곡을 단독, 7곡을 공동으로 작곡할만큼 기본기를 갖춘 스위프트의 송라이팅 재능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녀는 컨트리 특유의 흥겨움에 십 대 소녀 감성의 싱그러움을 더해내는데, 이는 다시 풋내나는 가사와 맞물려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리고 십대만이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훔치는 결과를 낳았다. 스위프트가 열여섯 살 되던 해 (사실 얼마 되지는 않았다) 여름에 겪었다는 첫사랑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 ‘Tim McGraw’'Teardrops on My Guitar,' 그리고 'Our Song'의 가사 내용을 보면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인 십 대 시절의 사랑이야기로 통할만하다. 다만 마케팅 전략까지 시대에 구애받지 않은 부분은 조금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예컨대 늦어도 이십 년 전에는 나왔어야 할 촌스런 헤어스타일의 앨범 재킷 사진이나 영상 기술의 발전을 무색하게끔 만드는 뮤직비디오는 예기치 못한 결과인지 의도한 전략인지 아리송하다.  올해 11월 11일. 그녀는 두 번째 앨범 <Fearless>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 싱글로 발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싱글 'Love Story'를 최전방에 내세운 앨범이다. 며칠 전 공개된 사진과 뮤직비디오를 확인하니 다행히 일단 80년대는 탈피하여 90년대 초중반까지는 따라온 듯 보인다. 이 속도라면 앞으로 앨범 몇 장 후에는 충분히 현실 시간을 따라잡을 수도 있겠다. 물론 이제까지 보여준 능력이 진짜라면 이는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제 겨우 스물이고 앞 날이 창창하니.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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