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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힉스 <The Distance>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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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들이 위태로워 보인다. 한때 대중음악계의 판도를 바꾸어놓을 것으로 예상되던 그들이 막상 진짜 커리어에서는 좀처럼 갈피를 못잡고 휘청거리는 사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FOX 텔레비젼의 '아메리칸 아이돌'이 ‘CSI (CBS, 2000~현재)’와 'Desperate Housewives (ABC, 2004~현재)'를 누르고 시청률 정상에 올라섰을 때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토너먼트 쇼가 신선한 유망주 팜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사실 충분히 그럴만한 요소가 있었다. 첫째, 매주 수억명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려 반년동안 뜨거운 경합의 드라마를 펼쳤고 그 결과 지역구 아닌 전국구 인지도를 확보하였다. 둘째, 사이먼 코웰을 위시한 까탈스러운 판정단과 실제 시청자들의 선택을 거치며 어느 정도 실력과 인기가 동시에 검증되었다. 셋째, 우승자와 준우승자는 물론, 심지어 3등, 4등에게도 음반 내자는 제작자들의 러브콜이 쏟아질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언뜻 탄탄대로의 성공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헌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시즌 우승자와 준우승자들조차 피날레에서 공개한 데뷔곡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후에는 앨범 세일즈와 차트 퍼포먼스에 있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다. 지독한 소포모어 징크스가 전염병처럼 퍼져있다. 예외는 오직 두 사람 뿐이다. 첫번째 시즌의 우승자 켈리 클락슨과 네번째 시즌의 우승자 캐리 언더우드, 결국 이 강력한 디바 두 사람만이 기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판명났다. 다른 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먼저 두번째 시즌 우승자인 루벤 스터다드의 경우 데뷔작으로 180만장 플래티넘, 앨범차트 1위, 싱글차트 탑 텐 2곡의 기염을 토했지만 이후 두 장의 앨범에서는 탑 텐 싱글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앨범 세일즈도 두번째 앨범에서 50만장, 세번째 앨범에서 20만장으로 급감했다.) 세번째 시즌의 우승자 판타지아 배리노도 비슷하다. 데뷔작으로 180만장 플래티넘을 찍고 앨범차트 8위,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이후로는 서서히 차트 퍼포먼스와 앨범 세일즈가 떨어지는 중이다. 두번째 시즌 준우승자 클레이 에이킨의 경우 그럭저럭 앨범차트에서는 선방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치명적으로 오리지널 히트 싱글이 없다. 다섯번째 시즌의 준우승자 캐서린 맥피는 사실 데뷔작부터 결과가 신통치 않았으며, 같은 해 3위 엘리엇 야민과 4위 도트리는 첫 스타트는 좋았지만 아직은 더 지켜보아야 할 처지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다섯번째 시즌의 찬란한 우승자, 테일러 힉스가 있다. 사실 그의 성적 부진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돌이켜보면 아이돌들의 지독한 소포모어 징크스는 사실 우리가 방송의 효과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탓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검증받은 곡으로 매주 텔레비젼에 나와 눈도장을 찍는 경쟁과 기존 시장에 편입되어 시장의 룰에 따라 경쟁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켈리 클락슨과 캐리 언더우드의 공통점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매스 마켓 안에서 니치 마켓의 공략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실버 폭스' 테일러 힉스는 시작부터 차별화된 시장을 가질 수 있는 남자였다. 소울에서 펑크, 그리고 블루스에 이르는 그의 포지션이 기본 시장 수요는 있으면서도 요즘 새 얼굴이 드문 위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보여준 진지하고 열정적인 가창의 매력은 도전자 중 진작 으뜸이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올드 넘버들을 소화하되, 결코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훈련된 느낌이 들지 않았다. 평소 꾸준히 애창하였기에 몸에 배어있을 수 있는 익숙한 자연스러움이었고, 오직 그런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동물적 감각이었다. 변태 사이먼 코웰이 "천상 코러스나 할 목소리"라며 지겹도록 갈궜지만 사실 테일러는 사이먼 코웰이 픽업한 어떤 가수들보다도 노래를 진실되게 할 줄 아는 남자였다. 그러니 그의 부진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안 먹히는가? 데뷔 싱글이자 넘버 원 히트곡 'Do I Make You Proud' 이후 지난 3년간 그는 빌보드 100위 안에 그의 싱글을 올리지 못했다. 물론 첫 앨범은 함량이 충분하지 못했던 면도 분명 있었다. 그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두번째 앨범에서 그는 에릭 클랩튼의 절친 사이먼 클라이미를 프로듀서로 모셔왔다. 그의 포지션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경우의 수다. 확실히 곡의 힘도 앨범의 안정감도 달라졌다. 그의 특장점을 잘 살리고 과거 그의 열정적 퍼포먼스를 연상하게 하는 구성이다. 이번에는 평단도 호의적인 쪽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드러난 시장의 반응은 이번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발매 후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반응이 뜨뜨미지근하다. 심지어 켈리 피클러 (그해 6위)도 두 번째 앨범에서 이보단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최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200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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