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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맥도날드 <This Is the Life>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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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예 에이미 맥도날드를 두고 성숙하다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남성 저음역에 가까운 그녀의 음색 때문은 아니다. 또한 1987년생 치고는 대단히 노숙한 ‘아델’적 외모 때문만도 아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 자수성가형 싱어 송라이터 아가씨에겐 나이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노래할 줄 아는 독특한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언뜻 철부지 소녀의 흥청망청을 노래하는가 싶었던 ‘This is the Life’는 알고보니 21세기 청춘의 방황을 내밀하게 묘사하는 근래 가장 훌륭한 텍스트로 완성된다. 특히 반복되는 후렴구에 녹아있는 격정은 날카롭기는 커녕 창백한 자조에 가깝다. 왜 길을 잃었는지, 왜 잠들 곳이 정해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한탄이지만 그걸 문제의식으로 체계화 할 의지를 발견하지는 못한 상태다. 단지 “모르겠다"는 것 뿐이다. 과연 그렇게 들린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이 노래는 더욱 심오하게 들린다. 곡의 빠른 템포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가사가 그런 몽환적 효과에 촉매로 작용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배경 속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전경처럼 그녀는 노래한다. 어느 순간 왕가위의 '스텝 프린팅'이 연상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그만큼 불안하고 예민한 심리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싱글 히트곡 ‘Poison Prince’도 에이미의 특별함을 보여준다. 같은 사랑 이야기를 동년배의 테일러 스위프트가 썼다면 아마 ‘White Horse’쯤에 가까웠을 것이고 케이트 내쉬가 썼다면 아마 ‘Foundation’쯤에 근접했을 것이다. 사실상 비슷한 멜랑콜리에서 출발한 서사인데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정서의 층위가 다른 까닭은 미묘한 표현력의 차이 때문이다. 

  한편 에이미 맥도날드가 열다섯살에 썼다는 또 다른 곡 'Youth Of Today'은 비록 참신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으나, 20대가 창작한 20대의 이야기로 동세대에 어필하는 바람직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제 겨우 스물한살로 마이스페이스에 목숨걸고 트래비스에 열광하는 '오늘의 청춘'인 이 스코틀랜드 출신의 아가씨는 그렇게 깜짝 놀랄 결과를 일구어냈다. 고향인 영국을 비롯,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등에서 앨범 차트 1위에 벨기에, 스페인, 그리스에서 차트 2위에 오스트리아, 독일에서 차트 3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차트 6위를 기록하며 전유럽에서 무려 250만장의 앨범 세일즈를 기록한 것이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십대 소녀의 취미형 습작을 넘어서는 본격적인 프로페셔널 로 자리매김을 하려면 앞으로 더욱 진하고 깊고 내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많은 유망주들이 그쯤에서 빛을 다하고 사라졌다. 허나 그녀에게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을 구체화할 에너지가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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