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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나 맥브라이드 <Shine>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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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전의 캐리 언더우드가 마티나 맥브라이드의 음악을 즐겨들었다는 것은 과연 우연에 불과한 일일까. 그러니까, 이는 즉 코드의 문제다. 정통 트래디셔널 컨트리에서 갈라져나온, 한층 보컬 팝의 강점이 가미된 신주류 컨트리. 물론 샤니아 트웨인도 있고 페이스 힐도 있었지만, 역시나 오랫동안 큰 부침없이 시장을 최전선에서 주도해왔던 '리딩 히터'라면 마티나 맥브라이드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에게 따라붙는 반짝이는 닉네임만 살펴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모던 컨트리의 여왕', '내쉬빌의 안방 마님', '컨트리계의 셀린 디온', 이쯤되면 심심풀이로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찬사는 아니다.

  마티나 맥브라이드의 강점은 역시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힘있고 매혹적인 보컬에 있다. 컨트리 특유의 쉽고 정감가는 선율과 가장 좋은 궁합의 보이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샤니아 트웨인보다 정교하며 페이스 힐보다 원숙하다. 전반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시켜 나가는 친근감은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장르적 기원으로부터 이탈하여 시원스러운 한 방을 날려주는 노련한 클러치 능력까지 갖췄다. 한 마디로 그녀는 장르를 불문하고 여성보컬에게 요구되는 모든 요소를 가진 몇 안되는 가수다. 두장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포함하여 총 여덟장의 플래티넘 앨범을 기록했던 그녀가, 지난 2007년 발표했던 아홉번째 앨범 'Waking Up Laughing'에서는 14년만에 골드 앨범에 그쳤으니 자존심도 적잖이 상하였을만 하다. 따라서 그녀는 이번에 오랜 동료이자 영광의 명반들을 함께 작업했던 프로듀서 폴 월리 대신에 댄 허프를 프로듀서로 초빙했다. 댄 허프라면 '자이언트'의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레바 맥앤타이어와 캐시 마테아, 페이스 힐 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바로 그 댄 허프다. 워렌 형제, 힐러리 린제이 등이 변함없이 포함된 송라이터들의 라인업이 전작과 크게는 다르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역시 '프로듀서 폴 월리'와 '프로듀서 댄 허프'의 차이가 본작의 성격을 규정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가 싶다.

 

  탈-컨트리의 기수이자 '컨트리계의 셀린 디온'으로 지금의 마티나 맥브라이드를 있게한 장본인이지만, 사실 프로듀서 폴 월리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컨트리 본연의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흥겨움을 최대화하는 쪽에 가까운 편에 가까웠다. 가령 '딕시 칙스'의 전성기에 일조했던 것처럼. 반면 댄 허프는 크리스찬 록으로 시작했던 기타리스트 답게 강렬하고 인상적인 보컬 라인을 명확히 살려내는 것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인물로 분류된다. 자연히 이제까지와 비슷한 공기이면서도, 뭔가 미묘하게 다른 면모가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시 첫 싱글 'Ride'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인생을 롤러코스터에 빗대는 이 곡에는 분명 기계적 완성도 이상의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 어느 누가 소화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맛을 내기에는 결코 쉽지가 않을 것임을 감안한다면, 역시 그 원천은 산전 수전 공중전을 다 겪어온 그녀만의 노련미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헌데 이 곡 하나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끈끈하면서도 유려한 'Wrong baby Wrong'에서 흥겨우면서도 구성진 'You're Not Leaving Me'까지, 또한 힘있고 열정적인 업 템포 'Ride'에서부터 미드 템포의 감미로운 사랑가 'I Just Call You Mine'까지, 다름 아닌 컨트리 음반임을 감안하자면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이고 결코 만만치 않은 낙차다. 물론 이 중 몇몇 곡에 한해서는 그녀보다 더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젊은 가수들이 있을런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곡을 이렇게 노련하고 능숙하게 섭렵할 수 있는 가수는 아직까진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모던 컨트리의 여왕'이란 타이틀이 가능한 것이다.

  그녀에게 대체로 호의적이었던 평단은 이번에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대체로 호의적'이라는 말은 이번 작품이 큰 흠 없이 알맞은 격으로 완성되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제까지 이력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이제 마흔두살인 그녀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리라는 단단하고 호기로운 전언임을 이해하기에 가능한 평가다.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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