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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Taken, 2008)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0.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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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이혼남 수난시대다. 모든 이혼남들이 게리 브룩스 (Gary Unmarried, CBS, 2008~2010)처럼 적당한 줄다리기와 달달한 돌싱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전쟁 (스티븐 스필버그, 2005)'에서 이혼남 레이 페리어 (톰 크루즈)는, 외계인들의 공격 속에서 전 부인과 전 부인의 현 남편에게 애들을 돌려주러 목숨걸고 보스턴까지 달려야했다. '2012(롤랜드 에머리히, 2009)'에서 이혼남 잭슨 커티스 (존 쿠삭)는, 애들에 전 부인에 전부인의 새 남편까지 짊어지고 지구가 아작나는 아비규환을 탈출해야했다. 이상하게도 새 남편이 독박쓰고 헌 남편이 적당히 무임승차하는 영화는 없지. 그리고 이번에는 리암 니슨의 차례다.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 밀스로 분한 그는, 파리 여행 중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딸 생일날까지 그를 문전박대했던 전 부인은 발만 동동 구르고, 그렇게 잘났다는 전 부인의 새 남편은 가진게 돈 밖에 없다. 고단한 몸빵은 오직 헌 남편 브라이언의 몫이다. 오! 이혼 경력 3회에 빛나는 스페셜 에이전트 르로이 제쓰로 깁스 (NCIS, CBS, 2003~ )님이시여! 길 잃은 양들에게 지혜를 내려주시옵소서!

  납치된 딸내미 구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남자들이라면 흔히 브루스 윌리스, 멜 깁슨, 스티븐 시갈, 니콜라스 케이지. 하지만 과거 이들은 대개 자기 가정의 복원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때까지만 해도 범죄 혹은 테러에의 승리가 가족사의 치유로도 치환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이제 '미션 컴플리트'로 복원되는 가정은 그 남자들의 가정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피 엔딩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준도 현상 유지(지금처럼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아이들과 만나는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는 것) 혹은 아주 약간 관대해진 전 부인의 대접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실상 무게는 핏줄의 간절함쪽으로 실린다고 봐야할 것이다. 브라이언 밀스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아버지라면 100개의 몫이 있어도 불가능한 일에 물불 안가리고 뛰어든다. 딸 때문이다. 그것도 돈 많이 부자 새 아빠가 사준 조랑말에 눈 까뒤집고 좋아하는 십대 딸이다. 친구들이랑 여행가서 놀고 싶은 마음에 거짓말도 마다하지 않는 십대 딸이다. 그래서 좀 찡하다. 뻔한 전개인데도 이 영화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중력도 나쁘지 않고 에너지도 맹렬하다. 특히 근육에마저 표정이 있는 남자, 리암 니슨의 아우라는 싸구려 스토리 위에서도 차원이 다른 다른 격을 만들어낸다.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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