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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 (Cloud Atlas, 2012)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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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작이다. 감히 단언하자면 우리는 이미 미래의 영화를 경험한 것이다. 앞으로 영화는 가용한 시간 내에 보다 많은 내용을 관객에게 주입하는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영화는 분철된 이미지와 모호한 개념의 나열로 설명을 대신하거나 모호한 몽환 속에서 설명을 포기하게 만드는 보다 '철학적인' 형식을 취할 것이다. 더구나 그럼으로써 앞으로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문학적인' 형식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영화는 다수가 창조한 것을 다수가 수용하는 평등한 '혁명적인'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완벽한 미래의 영화를 구현해내고 있다. 세 시간 남짓의 러닝 타임에 최소 여섯 개의 단막극을 압축하여 우겨 넣은 솜씨는 거의 '신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예전 같으면 최소 두세 편에 나누어 주연을 맡을 배우들이 단 한 편의 영화에 공동 출연하고 있다. 장르의 경계는 무너졌거나 놀랍도록 대범하게 무시되었다. 시대극, 멜로, 스릴러, SF에 액션, 심지어 환타지까지 뒤섞여있다. 우리 관객들에게는 물론이고 제작자와 배우들에게도 상당한 시간 절약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은 선언한다. 천재 한 사람의 머리 안에서 영화가 완성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수재 여럿이 한 방에 모여 서로 머리 맞대고 고민하며 영화를 완성하는 시대도 이미 끝났다고. 그렇기에 '명민했던 워쇼스키 형제'가 '평범한 워쇼스키 남매'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이런 걸출한 결과물이 가능할 수 있었으리라. 이 작품은 마치 여러 사람이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공유한 상태에서 작업한 것처럼 파트마다 서로 다른 뚜렷한 개성이 살아 숨쉰다. 부분적으로는 진지하면서도 부분적으로는 장난스럽다. 부분적으로는 아름다운가 하면 부분적으로는 기괴하다. 부분적으로는 생각을 하고 만든 것 같으면서도 부분적으로는 아무 생각 없이 만든 느낌이다. 이 모든 것이 철저하게 계산되었거나 전혀 계산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그들 중 일부가 맨 정신 아닌 '클라우드 나인' 상태에서 작업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각주:1].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양한 개성이 하나의 메세지, 즉 'Everything is connected - 결국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운명 공동체다'라는 팀 크링의 '중 2병'을 연상케하는 거창한 메세지 아래 강렬하게 수렴하고 있다[각주:2].


  물론 어쩌면 당신은 당장 이 작품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결국 당신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설령 이 '미래의 영화'라는 것들이 흡사 강제로 비위장 영양 공급을 받는 듯한 끔찍한 무력감을 주더라도 말이다. 


(2013년 1월)    

  1. 클라우드 나인(Cloud Nine): 상상할 수도 없이 좋은 기분. 은어로 마약을 가리키는 말이며 엑스터시의 한 종류의 이름이기도 함 [본문으로]
  2. 팀 크링(Tim Kring): TV 시리즈 Heroes(2006~2010, NBC)와 Touch(2012~ , FOX)의 크리에이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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