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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Pinocchio, 2002)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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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좀 무리하기는 무리했다. 아무리 우리들의 영원한 '귀도'로 남아있는 베니니지만 나이 오십에 '악동' 목각인형을 연기하는 걸 맨 정신으로 두고 보기는 어렵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이성을 압도하기 마련이다. 개봉 당시 평론가들이 거품을 물고 혹평을 쏟아낸 것도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제 23회 골든 라즈베리가 최악의 남우 주연상을 그에게 안길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해할 수 밖에 없다.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과 각본과 주연을 일타삼피로 도맡아 한 '피노키오'는 또한 우리가 굳이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없을만큼 충실한 카를로 콜로디 원작 '피노키오'의 재구성이다. 실은 이 부분도 김이 빠진다. 베니니의 연기는 채플린식 코미디를 연상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린이용 영화보다도 더 순진무구하다. 물론 대배우의 관록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천명의 나이에 "피노키오가 착해지면 요정님이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만들어 줄꺼야" 같은 대사를 읊는 부분은 어쩐지 힘이 빠진다. 물론 더한 것도 있다 - "노는게 그렇게 큰 죄에요?" 노는 건 죄가 아니지만 그 연세에 그러고 다니면 죄가 맞습니다. 쉰 한 살의 머리 벗겨진 피노키오가 제페트 할아버지에게 부리는 재롱이라니, 또 요정님에게 부리는 앙탈이라니. 아! 이건 거짓말이야. 차라리 눈을 감고 있을래. 마치 알아서는 안될 세상의 비밀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양 괜시리 서글프다.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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