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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넥트 (Disconnect, 2013)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3.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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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막극 세 편을 합치면 영화 한 편의 분량이 나온다. 계산상으로는 맞다. 하지만 단순히 단막극 세 편을 합친다고 한 편의 영화가 되지는 않는다. 인터넷 시대의 그림자를 담아낸 에피소드를 뒤섞어 놓은 것만으로 작품에 고발적인 성격이 부여될 거란 생각은 너무 안이하다. 그건 마치 MTV에서 가장 질이 낮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세 편 정도 골라서 짜깁기하면 텔레비젼의 해악성을 고발하는 작품이 될 거란 소리처럼 들린다. 더구나 엮어내는 솜씨나 연쇄 반응의 에너지도 생각만큼 좋지 않다. 포스터와 티져만 으로는 '컨테이젼(스티븐 소더버그, 2011)'에 비견할 글로벌 재앙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김 빠지는 공회전의 연속이다. 거창한 담론에 집착하는 대신 소소한 개인 가정사의 범위에서 문제를 보여주려는 방향이 잘못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나,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개별화 특수화된 사건 사고를 두고 무조건적으로 셜 네트워크라는 그 자체 책임을 몰아가는 부분은 딱히 설득력이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 아닌가.  

 

 

 

※ 다음은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이다.

 

1. 낮은 곳으로 임하지 않는 제이슨 베이트먼은 무효다. 바보들과 함께 나와야만 이 남자의 매력을 배가된다. 

 

2. 혈색이 창백하지 않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역시 무효다. 아마 숙희씨도 내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3. 스마트 지능형 버전의 프랭크 그릴로는 무효다. 이 남자가 이렇게 똑똑한 인물은 연기하는 건 처음 보는 듯 하다.

 

4. 십대 엑스트라들의 무더기 나체씬이 토네이도처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야 등장하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노출은 무효다.

 

5. 과학적 오류 1: 십대 자녀를 둔 중년 남자가 난생 처음 들어가 본 페이스북 사용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6. 과학적 오류 2: 은퇴 연령의 할아버지가 순수한 인간적 교감을 갈망하여 채팅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한다.

 

7. 한글 자막: Chick, MILF, Cougar, Pumar 등 생명력 넘치는 전달이 요구되었던 표현이 안이하고 안전한 번역에 빛을 잃어버렸다. (연하집착남? 제발 좀! 할머니가 번역하셨나?)

 

8. 한국어 카피: '전 세계 24억명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 당장 SNS를 탈퇴하라' 영어권에서는 쓰지도 않는 SNS라는 표현은 둘째치고 무슨 거창하게 탈퇴씩이나. 완전 알렉스 퍼거슨 다리 긁는 카피가 아닌가! 실제 영문 카피는 'Look Up' 한 마디가 전부다.

 

0. 제목: '디스커넥트'라는 제목은 어떻게 보면 적절하다. 반면 어떻게 보면 적절하지 않다.

 

9. 기타: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출연했다고 한다. 영화를 다 보고도 어디에 나왔었는지 잘 모르겠다. 마크 제이콥스도 자기 소셜 네트워크 계정을 탈퇴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그럴 생각도 없어 보인다.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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