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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 위드 어 챈스 오브 미트볼스 2 (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 2, 2013)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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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한국의 빌 헤이더가 되고 싶었다. 한국의 맷 그로닝이 되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고 한국의 아론 소킨이 되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음을 이해하여 너무 매섭게 따지지는 마시길. 꾸라고 있는 것이 꿈이고 돈 드는 것도 아니니.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히트작 '클라우디 위드 어 챈스 오브 미트볼스' 시리즈는 빌 헤이더의 기상천외하고 능청스러운 목소리 쇼를 한 편 온전히 누릴 실로 드문 기회다. 괴짜 과학도 플린트 락우드! 더 알맞은 캐스팅은 상상할 수도 없겠다. 게다가 '베이비 브랜트'역의 앤디 샘버그와 '체스터 V'역의 월 포테까지 함께라니 한때의 즐거웠던 토요일 새벽을 추억하게 만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라인업이다(註1).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작품을 그들의 목소리로 만나는 것조차 한국에서는 쉽지가 않은데, 이유인즉슨 상영관의 대부분이 더빙판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안되는 자막 상영하는 곳을 찾아 시간을 맞추느라고 개봉 후 보름 동안 눈물을 머금고 발만 동동 굴러야만 했다.

 

  우리말 더빙으로 상영관의 대부분을 도배하는 것이 어떤 사업적 근거에 기인한 결정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체 개봉관의 9할 이상이 더빙 상영을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 싶다. 다음 타자는 디즈니/픽사의 '플레인즈(클레이 홀, 2013)'인데 죄다 더빙판이고 자막 상영을 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괴담마저 돈다. 아시다시피 우리말 더빙을 둘러싼 잡음은 진작에 위험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협소한 성우 시장에 그나마 보이스 액팅이 전혀 안되는 소위 아이돌 스타들을 마구 때려 넣어 멍멍이판 5분 후가 되어버린 탓에 더 이상은 지적하기도 피곤할 정도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말 더빙의 질적 문제 이전에 이처럼 애초에 선택권을 앗아가버리는 일이 잦다. 오리지날 캐스팅이 묵지빠로 갈라 먹은 것이 아니라 캐릭터와 배우의 상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감안할 때, 원작 그대로 감상할 권리 또한 엄연히 보장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방학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서라고? 어린이 영어 시장이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나라에서 그런 주장을 하기에는 너무 궁색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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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편의 법칙'이라는 관점에서 이 작품은 아주 정석적이다. 그러면서도 꽤 영리하게 잘 기획되었다. 전작에서 완전하게 해결된 줄 알았던 일이 미묘하게 틀어지면서 새로운 모험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전형적이지만 매끄럽게 잘 다듬어져 있다. 새로운 악역을 등장시키는 등 판을 키우는 전략 또한 본연의 주제와 정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말끔하게 설정되었다. 디즈니/픽사와 드림웍스의 양강 구도 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골적으로 캐릭터 코미디에 정조준을 한 작품이지만 기술적 진일보도 이제는 놀라운 수준에 이르렀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리는 코믹한 풍경을 그려낸 전작의 연출은 단순히 원작 동화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면이 컸지만, 이번에는 플린트네 섬마을 전체를 하나의 새로운 총천연색 음식 정글로 재창조해내는 장관을 보여준다. 작고 재치있는 아이디어와 크고 화려한 기술 자랑질이 알맞게 잘 어우러졌다. 이쯤되면 순전히 전작의 상업적 성공으로 잉태된 속편이라고 할지라도 그리 나쁘지 않다. 

 

(2013년 12월)

 

(註1) 빌 헤이더와 월 포테, 그리고 앤디 샌버그는 'Saturday Night Live(NBC, 1975~ )'의 캐스트 멤버로 2000년대 중후반을 이끌었다. 세 사람 모두 비교적 최근에 쇼를 떠나 영화와 다른 TV 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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