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빗 (2012) B평

갬빗 (Gambit, 2012)

감독: 마이클 호프만

출연: 콜린 퍼스, 카메론 디아즈, 알란 릭맨, 스탠리 투치, 톰 코트니



  애매하다. 기존의 하이스트 무비들과 비교할 때 어떤 차별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긴 그래. 어떻게 세상 모든 영화가 참신하고 독창적일 수 있겠어? 그냥 매년 쏟아져 나오는 평범한 코미디 중의 하나라고 치면 흥분할 일도 아니지.


  허나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이 작품의 셀링 포인트가 '감독: 마이클 호프만'보단 '각본: 코엔 브라더스'에 가깝다는 점이 문제다. 그냥 '콜린 퍼스, 카메론 디아즈의 사기극이다'라고 할 때의 기대치와 '콜린 퍼스, 카메론 디아즈의 사기극인데 각본을 코엔 브라더스가 맡았다'라고 할 때의 기대치는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코엔 형제라고 항상 범상치 않은 결과물을 내놓으리란 법은 없다. 당연하다. 과거에도 몇 번은 평작에 가깝다 말할 수 밖에 없는 작품들이 있었다. 범생 이미지 배우의 망가지는 코미디에서 썩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고  ('더 레이디킬러스',2004), 대개는 작품의 평가가 여배우 연수입 규모와 반비례했던 기억이 있다 ('참을 수 없는 사랑', 2003). 유감스럽게도 '갬빗'은 위 두 가지 불안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콜린 퍼-어스는 톰 행크스보다 더 범생스럽고 카메론 디아즈는 아직까지도 편당 출연료에서 매년 1위를 다투는 특 A급 여배우다. 그리고 예감대로 징크스는 깨지지 않는다.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모든 계량화된 평가 지표를 종합해보면 코엔 형제가 Writer Credit에 이름을 올린 역대 작품들의 목록(조엘이 감독하든, 같이 감독하든, 남이 감독하든 다 합쳐서)의 가장 아래 자리를 당분간 이 작품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언뜻 혼란스럽다. 근래에 우리는 형제 중 하나가 성 정체성을 확립하고 공력의 궁합이 어그러진 슬픈 선례를 목도했던 바 있지만 이들 형제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이다. 이 명석한 콤비가 감각을 잃어버렸다기에는 이 다음 작품이 꽤, 상당히, 너무, 매우 훌륭하다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2013). 그렇다면 감독을 맡은 마이클 호프만에게 책임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기엔 아무리 뜯어 봐도 각본이 애시당초 폐급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남는 가능성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첫째, 코엔 형제가 마이클 호프만에게 개인적 원한이 있었던 경우. 둘째, 마이클 호프만이 코엔 형제의 약점을 잡은 경우. 셋째, 마이클 호프만이 ‘코엔 브라더스’라는 휘황찬란한 간판을 말 그대로 '갬빗'으로 삼아 우리 관객들의 등을 치는 경우.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세 번째가 가장 마음에 든다.


  사실 이 작품에는 딱한 프로덕션 이력이 숨어있다. 거장 로날드 님의 1966년 작품을 리메이크하려는 계획이 15년 가까이 치이고 치여서 폭탄 돌리기를 하듯 넘기고 넘기다 마이클 호프만과 코엔 형제에게 돌아온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인정하다시피, 이런 이력을 갖고 만들어지는 경우 좋은 결과가 나오기가 대단히 어렵다. 수많은 아류를 낳은 클래식을 리메이크하며 그 아류의 아류같은 느낌 밖에 내지 못했다는 부분은 상당히 안타깝지만, 산만하고 허술한 전개와 게으르고 조악한 유머 그 어디에도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 작품에서 드물게 일말의 정교함이라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는 마흔이 넘은 카메론 디아즈의 여전히 어메이징한 청바지 핏 밖에 없어 보인다. (201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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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B평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랄프 라인즈, 틸다 스윈튼, 토니 레볼로리, 시얼샤 로넌, 애드리안 브로디, 윌렘 데포, 웨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F. 머레이 아브라함, 주드 로, 레아 세아두



  질문: 3D 텔레비젼과 웨스 앤더슨의 공통점은? 

  정답: 2차원 평면에 3차원 공간을 입힌다. 다만 진정한 3차원 입체상의 구현했다기 보단 그렇게 보이게끔 몇 개의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층을 낸 것에 가깝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3중 액자에 담겨진 4단 스펀지 케이크다. 우스꽝스러운 사탕 인형 장식은 순방향과 역방향을 오가는 시간축 롤러코스터에 맞물려 나란히 배열된 입체 액자 안에 공존한다. 위에서 내려다 보아도, 정면에서 보아도, 90도 측면에서 보아도, 또 그 반대쪽에서 보아도 독특하고 기괴하되 아름다우며 따뜻하다. 불규칙하기에 규칙적이고 논리적이기에 비논리적이다. 유머는 비틀렸으나 그렇다고 밉진 않고 냉소는 날카로우나 온기를 잃지 않는다. 선한 인물은 사랑스럽고, 악한 인물마저 사랑스러우며, 아가사는 완전 사랑스럽고, 시얼샤는 끝판 사랑스럽다.


  이야기의 힘으로 보나 구성의 기술로 보나 이 작품은 이 시대의 영화들을 구속하는 평균적인 중력으로부터 놀라울만큼 자유롭다. 웨스 앤더스 특유의 집요하고 강박적이며 변태적인 세공법도 여전하다. 다만 그간의 작품들이 지극히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만화경으로 수렴하기에 가능했던 마법이었다면, 20세기 유럽 역사의 알레고리로 확장하고 발산하는 이 장엄하고 가장 덜 개인적인 작품의 완성은 앤더슨 자신에게도 상당한 모험이자 도전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제법 질릴만큼 반복되었음에도 그의 인장이 아직 유효하다는 사실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201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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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2014) B평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Dallas Buyers Club, 2013)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매튜 맥커니히, 제니퍼 가너, 자레드 지토, 스티브 잔, 데니스 오헤어, 그리핀 던



  좋은 영화에서 좋은 점을 찍어 내는 건 쉬운 일이다. 어려운 건 좋은 영화에서 나쁜 점을 (굳이) 찾아내는 일이다. 훌륭한 작품에서일수록 이 작업이 만만치 않아진다. 물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오스카의 선택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다만 도드라지게 눈부신 열연 속에 껄끄러운 부분들이 묻혀 지나가고 있음 역시 간과하기가 어렵다. 실화에 바탕한 이야기의 경우, '흥미로운 과거 사건의 단순 재현'과 '현재로의 의미로운 소환' 가운데서 어정쩡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은밀한 틈새 중의 하나는, 진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가공 인물들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과거를 재현하는 복원된 주인공에 맞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첫째, 레이언. 당시의 에이즈가 동성애와 별개로 다룰 수 없는 주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가상 캐릭터의 삽입은 조금 미묘한 부분이 있다. 그가 동성애자인 것이 문제가 아니다. 자레드 지토의 소름돋는 연기와는 별개로 레이언이 어떤 왜곡된 스트레오 타입(등장에서부터 퇴장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이라는 사실이 문제다. 이는 주인공 론의 태도를 해석하는 데 있어 오해의 소지를 낳는다. 극단적 동성애 혐오자였던 남부 출신 사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음을 열어간단 식의 해석은 쉽고 간편하다. 그러나 론의 시선은 동성애와 이성애를 동등한 사랑의 방식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섹슈얼 오리엔테이션을 넘어서는 개인적 친분(마치 '내가 아는 꽤 괜찮은 호모 친구' 같은 느낌이랄까?)으로 설명될 수 있는 정도일 뿐이다. 그게 전부다. 아무리 배경이 80년대라지만, 이 변주는 우리가 현재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이런 방식의 인물 묘사가 정말로 필수적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둘째, 닥터 이브. 한때는 첩보 여신이었지만 어느새 아줌마가 되어 버린 제니퍼 가너의 모습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가상의 여의사가 지닌 한없는 나이브함이다. 물론 닥터 이브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녀의 존재로 인해 이 이야기가 '단신으로 FDA에 대적했던 한 사내의 봉이 김선달식 기행' 수준을 넘어서는 타당한 문제 의식을 갖출 수가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섹시한 마초 카우보이의 단순 무식한 삶의 추동에 쉽게 감화되는 것처럼 보이는 묘사 방식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젊고 착하고 헌신적인 그녀가 늙고 권위적이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스 닥터 세바드(데니스 오헤어)와 대립각을 세우며 문제를 이분법의 영역으로 몰아버리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안전한 설정인가? 물론 그렇다. 그럼 좋은 설정인가?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201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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