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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빗 (Gambit, 2012)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4.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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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매하다. 기존의 하이스트 무비들과 비교할 때 어떤 차별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긴 그래. 어떻게 세상 모든 영화가 참신하고 독창적일 수 있겠어? 그냥 매년 쏟아져 나오는 평범한 코미디 중의 하나라고 치면 흥분할 일도 아니지.


  허나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이 작품의 셀링 포인트가 '감독: 마이클 호프만'보단 '각본: 코엔 브라더스'에 가깝다는 점이 문제다. 그냥 '콜린 퍼스, 카메론 디아즈의 사기극이다'라고 할 때의 기대치와 '콜린 퍼스, 카메론 디아즈의 사기극인데 세상에나 마상에나 각본을 코엔 브라더스가 맡았다'라고 할 때의 기대치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 놓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코엔 형제라고 항상 범상치 않은 결과물을 내놓으리란 법은 없다. 당연하다. 과거에도 몇 번은 평작에 가깝다 말할 수 밖에 없는 작품들이 있었다. 범생 이미지 배우의 망가지는 코미디에서 썩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고  ('더 레이디킬러스', 2004), 대개는 작품의 평가가 여배우 연수입 규모와 반비례했던 기억이 있다 ('참을 수 없는 사랑', 2003).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갬빗'은 위 두 가지 불안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콜린 퍼-어스는 톰 행크스보다 더 범생스럽고 카메론 디아즈는 아직까지도 편당 출연료에서 매년 1위를 다투는 특 A급 여배우다. 그리고 예감대로 징크스는 깨지지 않는다.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모든 계량화된 평가 지표를 종합해보면 코엔 형제가 Writer Credit에 이름을 올린 역대 작품들의 목록 (조엘이 감독하든, 같이 감독하든, 남이 감독하든 다 합쳐서)의 가장 아래 자리를 당분간 이 작품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언뜻 혼란스럽다. 근래에 우리는 형제 감독 중 하나가 성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공력의 궁합이 어그러진 슬픈 선례를 목도했던 바 있지만 이들 형제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이다. 이 명석한 콤비가 단순히 감각을 잃어버렸다기에는 이 다음 작품이 꽤, 상당히, 너무, 매우 훌륭하다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2013). 그렇다면 감독을 맡은 마이클 호프만에게 책임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기엔 아무리 뜯어 봐도 각본이 애시당초 썩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 남는 가능성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첫째, 코엔 형제가 마이클 호프만에게 개인적 원한이 있었던 경우. 둘째, 마이클 호프만이 코엔 형제의 약점을 잡은 경우. 셋째, 마이클 호프만이 ‘코엔 브라더스’라는 휘황찬란한 간판을 말 그대로 '갬빗'으로 삼아 우리 관객들의 등을 치는 경우.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세 번째가 가장 마음에 든다.


  사실 이 작품에는 딱한 프로덕션 이력이 숨어있다. 거장 로날드 님의 1966년 작품을 리메이크하려는 계획이 15년 가까이 치이고 치여서 폭탄 돌리기를 하듯 넘기고 넘기다 마이클 호프만과 코엔 형제에게 돌아온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인정하다시피, 이런 복잡한 과거 위에서 만들어지는 경우 좋은 결과가 나오기란 대단히 어려운 법이다. 수많은 아류를 낳은 클래식 중의 클래식을 리메이크하며 그 아류의 아류같은 느낌 밖에 내지 못했다는 부분은 상당히 안타깝지만, 산만하고 허술한 전개와 게으르고 조악한 유머 그 어디에도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 작품에서 드물게 일말의 정교함이라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는 마흔이 넘은 카메론 디아즈의 여전히 어메이징한 청바지 핏 밖에 없어 보인다. 


(2014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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