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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4.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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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3중 액자에 담겨진 4단 스펀지 케이크다. 우스꽝스러운 사탕 인형 장식은 순방향과 역방향을 오가는 시간축 롤러코스터에 맞물려 나란히 배열된 입체 액자 안에 공존한다. 3차원 텔레비젼처럼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입체상을 구현하지만 3차원 텔레비젼과는 달리 눈이 피로할 이유가 없는 미덕이 있다. 이 작품의 공간은 위에서 내려다 보아도, 정면에서 보아도, 90도 측면에서 보아도, 또 그 반대쪽에서 보아도 독특하고 기괴하되 아름다우며 따뜻하다. 불규칙하기에 규칙적이고 논리적이기에 비논리적이다. 유머는 비틀렸으나 그렇다고 밉진 않고 냉소는 날카로우나 온기를 잃지 않는다. 선한 인물은 사랑스럽고, 악한 인물마저 사랑스러우며, 아가사는 완전 사랑스럽고, 시얼샤는 끝판 사랑스럽다.

  이야기의 힘으로 보나 구성의 기술로 보나 이 작품은 이 시대의 평균적인 영화들을 구속하는 평균적인 중력으로부터 놀라울만큼 자유롭다. 웨스 앤더스 특유의 집요하고 강박적이며 변태적인 세공법도 여전하다. 다만 그간의 작품들이 지극히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만화경으로 수렴하기에 가능했던 마법이었다면, 20세기 유럽 역사의 알레고리로 확장하고 발산하는 이 장엄하면서도 가장 덜 개인적인 작품의 완성은 그 자신에게도 상당한 모험이자 도전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 로얄 테넌바움 (2001)''스티브 지소의 해저생활 (2004)' 이후로 벌써 10여년 - 이제는 제법 질릴만큼 반복되었음에도 그래도 그의 인장이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사실은 실로 다행한 일이다.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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