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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레이커스 (Daybreakers, 200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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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5%의 인간만 살아남은 뱀파이어 사회. 고로 종족 보전에 위협을 받는 건 인간이 아니라 뱀파이어 쪽이다. 식량 수급이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데이브레이커스'는 인간과 뱀파이어 인구비율의 역전이라는 절묘한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는데, 사실 이 설정 하나만 창작이라도 충분히 흘미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동시에 풍부한 은유와 우의를 포괄할 수 있을 주제라 더욱 좋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당연히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야만 한다. 아니, 도대체 왜 어째서 이제까지 아무도 이런 설정으로 뱀파이어 영화를 만들 생각을 못했지? 혹시 이 설정에 숨겨진 레퍼런스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꽃미남 뱀파이어와 꽃미남 늑대인간이 야성미 물씬 풍기며 현피뜨는 영화보다는 분명 먼저 나왔어야 할 법한 아이디어 아니었을까?

  아이디어 과잉 시대는 이래서 불행하다. 도통 뭐 하나 맘 편히 즐길 수가 없다. 일단 순수성의 의심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참 씁쓸하다. 어쩌다 빛나는 아이디어를 발견해도 문제다. 그게 창의적인 것인지, 뭔가로부터 영감을 받아 순수한 경의를 담아 고안된 것인지, 대강 스리슬쩍 다른 곳에서 적당히 눈팅해 붙여넣은 것인지를 일일이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한 아이디어와 컨텐츠가 하루에도 수도 없이 쏟아지는 현상은 긍정적이나 그 체계적 정리와 접근은 사실상 불가한 현실은 어쩐지 암울하다. 특히 언어적 지리적 장벽에 막혀 원활한 정보 입출력조차 되지 않는 우리로서는 더욱 고달플 수 밖에 없고, '설령 베껴왔더라도 한국 안에서 선수치면 무조건 갑이 되는' 해괴한 현실 때문에 이래저래 거슬리는 면도 많다. 마지막으로 믿을 건 미국의 소송 (스포츠) 문화다. 아직까지 너저분한 배상 문제가 걸려 달그락거린단 소식이 없으니 별 문제가 없거나 정식으로 해결봐서 탄생한 설정이겠거니 하고 넘어가도 좋으리라 생각할 뿐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커피 아이디어 역시 참 마음에 든다. 뱀파이어들이 커피에 피를 타서 마신다? 이 얼마나 우아한 개그란 말인가. 만약 이것이 스피어리그 형제의 독창적 아이디어라면 난 장차 그들의 팬이 될 의향이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빌자면 앞으로 그들 형제의 작품 한 세 편쯤에 '까임방지권'을 주고 싶을 정도다. 만약 그것이 배경과 출처가 있는 유머라면 누가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뱀파이어쪽으로는 과문한 탓에  도통 아는 게 없다. '드라큘라(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1992)',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닐 조던, 1994)', '노스페라투(베르너 헤어조크, 1979)', 심지어 '못말리는 드라큘라(멜 브룩스, 1996)' 까지도 숙지했지만 이후 뱀파이어 컨텐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십대 취향 물신 풍기는 '트와일라잇(캐서린 하드웍, 2008)'도 그 난립버석에도 불구하고 보지 않았다. TV쪽에선 '더 뱀파이어 다이어리스(CW, L.J. 스미스 원작, 케빈 윌리암스, 2009~ )'는 물론, 알란 벨의 컴백작인 '트루 블러드(HBO, 샬레인 해리스 원작, 알렌 벨, 2008~ )'마저 두세 편 보다 말았으니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WB, 조스 위던, 1997~2003)'가 마지막이었다 하겠다. 환상 문학이나 코믹스 계열 쪽을 접할 기회가 풍부한 것도 아니고 자료 접하기가 용이한 편도 아니니 더더욱 판세에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태양빛에 의한 급 연소 및 급 소화가 뱀파이어 정화(혹은 회복, 또는 치유, 아님 부활)의 원리라는 주장 역시 그 전거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스피어리그 형제가 이제 막 자연 과목에 눈 뜬 초등학교 6학년 2학기생이 아니고서야 이런 충격적 코미디를 구사할리가 만무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다.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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