콸콸콸콸 콸콸콸: 로드 스튜어트

Rod Stewart 의 스물다섯번째 스튜디오 앨범 <Soulbook>
2009년 10월 (J Records/Sony)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새벽 두시였고 밖에는 비가 내렸다. 택시타고 늦게 퇴근하다가 편의점에 들려 받은 택배를 뜯어 앨범을 꺼냈다. 로드 스튜어트 특유의 앨범 표지 사진 복사 신공(컨트롤+C, 컨트롤+V)이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음을 확인하며 CD를 꺼내 오디오에 걸었다. 혹시나, 어쩌면, 만약에, 이번만큼은 새로 찍은 사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그래픽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이만큼 얼굴 각도를 돌려서 합성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러 돈 주고 숙련된 기술자를 데려오느니, 차라리 귀찮아도 카메라 앞에서 “치즈” 한 번 하시는 편이 싸게 먹히지 않겠는가.

  기본적으로 ‘Just My Imagination(더 템테이션스, 1971)’과 ‘It’s the Same Old Song(포 탑스, 1965)’, 그리고 ‘Tracks on My Tears(더 미라클스, 1965)’가 함께 담겨있는 앨범이라면 따지지 말고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봐야 옳다고 생각한다. 같은 이유로 <보이즈 투 멘>의 히츠빌 앨범도 먼저 지르고 나중에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세 곡 중 두 곡만 들어가도 누가 불렀느냐에 따라 심각하게 영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지도는 낮아도 앤디 아브라함만큼 (커리어는 짧아도 나이는 조지 마이클) 달콤하게 불러준다면 땡큐 베리 감사다. 그런데 로드 스튜어트. 추가로 제니퍼 허드슨과 함께한 ‘Let It Be Me(에버리 브라더스, 1960)’, 메리 제이 블라이지가 함께한 'You Make Me Feel Brand New(더 스타일리스틱스, 1974)', ‘Love Train(오'제이스, 1972)’, 'Wonderful World(샘 쿡, 1960), 그리고 스티비 원더가 직접 재림한 ‘My Cherie Amour(스티비 원더, 1971)’까지. 정말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이 할아-오빠에게는 26살 어린 모델과 같이 산다는 원죄, 그리고 ‘그레이트 아메리칸 송북’ 시리즈로 쌓아온 카르마가 있기는 하다.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들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카수가 커버했는데 이상하게 싱겁더라는, 그 알 수 없는 미스테리 말이다. 그에 비하면 모타운 클래식과 소울 명곡을 망라한 이번 앨범은 꽤 마음에 든다. 깊이가 부재하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럭 저럭 배합이 맞는 편이다. 60년대에서 70년대를 관통하는 곡 본연의 흥과 활기가 로드 스튜어트 특유의 고지방 고콜레스테롤 목소리와 반응하여 활발한 유흡착 및 유처리를 일으키니 과히 나쁘지가 않다. 그 다음부터는 콸콸콸콸 콸콸콸이다. 45년 커리어가 짤짤이해서 얻은 것은 아닌만큼 결코 허툴지는 않다. 양놈들에게는 '소울 겉핥기'로 들릴런지 몰라도 이 정도면 꽤 즐거운 앨범이다. 춥고 외로운 비오는 새벽, 덕분에 힘들고 우울한 기분을 많이 위안 받을 수 있었다.  (201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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