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 (Robocop, 2014) B평

로보캅 (Robocop, 2014)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2014.02.18 22:40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자. 리메이크 프로젝트가 해피엔딩이었던 적이 있었나? 대개 그랬지만 특히 2000년대 들어서 말이다. 전량 리콜된 콜린 파렐 주연의 그 영화를 비롯하여 포세이돈을 진노하게 만든 그 영화, 진짜로 지구를 멈추게 만든 그 영화 등등. 물론 순전히 아름답게만 남아있는 추억이 괘씸죄를 묻게 되는 원인이 되는 면도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와 같은 실패는 과거 원작과 비교하여 기술적으로 진보한만큼 비기술적인 부분에서 퇴보를 이루어냄으로써 작품의 정확한 질량을 기어이 보존해내는 제작자들의 놀랍도록 탁월한 감각에서 기인한 부분도 크다. 초정밀 저울을 가져다 놓고 맞춘들 이처럼 칼 같이 떨어뜨리긴 쉽지 않을 것이다. 


  2014년 버전의 '로보캅 (호세 파딜라, 2014)'은 썩 무난하게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반적으로는 불만족스럽다. 하지만 로보캅을 마치 기술과 감성이 결합된 하이엔드 디바이스처럼 바라보는 영화의 시각만큼은 독특하다. 원작의 시대에는 결코 생각하지도 못했던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만큼 시대가 변화했음을 방증한다. 사고 후 알렉스 머피가 인간으로의 행복한 시절의 꿈 속에서부터 깨어나 거치대에 도킹되어 있는 반 로봇 상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Fly Me to the Moon'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 장면을 위시하여 컴퓨터 그래픽스의 눈부신 성과에 있어서는 전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올모스트 휴먼(Almost Human)'과 '올모스트 머신(Almost Machine)' 사이에서의 방황을 묘사한 부분도 그 정도면 괜찮다. 올드 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소녀캅이 오리지날의 박력캅보다 그래도 섬세한 맛은 있다.


  반면 액션씬은 전반적으로 함량 미달이다. 충격적이고 강렬한 폭력 묘사로 물의를 빚었던 과거에 비하면 PG-13 혹은 12세 관람가정도로 타협한 것은 직무 유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중국 공장에서의 퀄리티 컨트롤 장면과 마약 갱단에 복수의 응징을 가하는 장면 모두 캐쥬얼 비디오 게임의 느낌 밖엔 나지 않아 아쉽다. 이것은 그만큼 작품의 근본 방향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원작의 로보캅이 하드-보일드한 영상 속에서 기술 문명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상징적 존재로 기능하는 면이 있었다면, 2014년의 로보캅은 차라리 (여성가족부의 표현 그대로 빌자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려는 한 사람의 가장에 가깝게 그려진다. 어쩌면 이 작품의 연관 영화는 '웨더 맨 (고어 버빈스키, 2005)''패밀리 맨 (브렛 래트너, 2000)'라고 보는 것이 옳을런지도 모른다. 저 찬란하게 빛나는 신상 블랙 로보-수트만 아니라며 말이다. 


(2014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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