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예스터데이: 브랜디 칼라일

Brandi Carlile의 다섯번째 앨범 <The Firewatcher's Daughter>

2015년 03월 (ATO Records)

 

 

  여기 수식이 하나 있다. 이 수식은 나의 아이튠즈에 1곡 이상 포함된 아티스트 927명/팀에 대한 기초 정보(활동 기간, 발표 앨범 및 곡 수 등)를 바탕으로, 특정 아티스트의 시장의 평가(앨범 세일즈, 차트 퍼포먼스, 주요지 평점, 메타크리틱 점수 등)와 개인적인 선호(아이튠즈 스타 레이팅 총계. 아이튠즈 누적 플레이 횟수)의 배율을 숫자로 보여준다. 이 고도의 수식은 너무나 신비하고도 복잡하여 이 자리에서 일일이 계산 과정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 결과값이 양이면 개인의 선호가 평균의 그것을 상회하는 것이다.

  • 반대로 결과값이 음이면 평균의 선호에 개인의 그것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유감은 없지만, 음의 영역으로 가장 멀리 밀려가 있는 이름 다섯을 밝히자면 원 디렉션(-13.5), 조나스 브라더스(-14.8), 릴 웨인(-16.2), 플로라이다(-16.6), 저스틴 비버(-19.7)다. 사실 이 정도면 '호불호'의 '불호'가 제법 정확히 반영된 셈이라 신기할 것은 없다.

 

  반면 흥미로운 것은 축의 반대쪽이다. 음의 축이 '불호'를 반영한다면 응당 '호'에 해당하는 노래의 주인공들이 양의 축에 줄 서게 될 것 같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다수에게 사랑받는 아티스트들의 경우 점수 산출 과정에서 그만큼의 인기를 반강제로 보정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외의 이름들이 집합한다. 세이버 매트릭스의 신봉자라던가 뮤추얼 펀드 전문가라면 어쩌면 이 수식의 가치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러한 반전을 통해 영점으로부터 양의 축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위치한 이름은 브랜디 칼라일. 그녀의 점수는 무려 +21.3이다. 물론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열거할때 그녀가 백 번째 안에 들어올지는 솔직히 확실치 않다. 그게 바로 이 지표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

 

  브랜디 칼라일의 노래에는 활력과 서정미가 공존한다. 쉽지 않은 조합이다. 그녀의 시그니쳐 벨팅 테크닉은 전설적인 포크록 혹은 컨트리록 여가수들의 그것을 연상시키지만 사실 그 속에 담긴 정서로부터 떠오르는 것은 인디팝 계열의 또래 여가수들의 느낌이다. 그런 위험 요소가 드러난 것이 2012년 발표한 네번째 앨범 <Bear Creek>였다. 그래미 위너 프로듀서인 트리나 슈메이커를 모셔오면서 EP의 확장판 느낌이 아닌 온전히 앨범 한 장의 질량이 느껴지는 첫번째 앨범을 이뤄냈다는 성취와는 별개로, 록킹한 에너지가 감쇠한 상태의 그녀의 노래는 우울한 버전의 사라 바렐리스 혹은 애수 띤 버전의 리사 해니건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 3년만의 신작 <The Firewatcher's Daughter>에서 그녀과 취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앨범으로의 완성도, 뿌리와 정통성의 재확인, 에너지의 재수혈. 다행히도 세 가지 측면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갔다. 완성도도 훌륭하고 장르적 정체성도 확실하고 강렬함도 충진되었다. 가장 담담한 타인과 가장 내밀한 자아가 교감하는 듯한 인상을 주던 고유의 매력 또한 되살아나 확실히 전작에 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때문에 향후 이 앨범은 그녀 디스코그라피의 새로운 시대를 규정하는 첫 작품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문득 느껴지는 세월의 무게다. 'The Story(2007)'라는 곡이 신선한 자극이 되었던 것도 벌써 8년 전 일이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시간이 흐르기 마련이고 이제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으니 페이지를 앞으로 넘길 수야 없겠지만 2000년대 중후반의 그녀를 그리워할 일은 가끔 있을 것 같다. (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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