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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재스민 (Blue Jasmine, 2013)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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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대를 몸 밖으로 발달시킨 생물은 외부 위험으로부터 잘 버텨내지만 정작 살은 연약해져 있기 때문에 일단 껍데기가 뚫리면 치명적이라고 한다. 반면에 뼈대를 몸 안으로 간직하는 생물은 외부 위험에 쉽게 상처를 입지만 그럼으로써 근육이 단단해지고 섬유에 저항력이 생긴다고 한다. 말하자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재스민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녀로 인해 벌어지는 난리와 법석은 결코 악의에 바탕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녀는 괴상망측하고, 이기적이며,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한다. 허영과 집착은 꼴사나울 정도다. 그럼에도 미워하기보다는 동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녀가 케이트 블란쳇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재스민의 그 모든 몸부림이 순전히 자기 방어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정상의 궤도를 이탈해가고 있음을 진작에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저항을 포기하는 순간 정말로 자신을 잃어버리게될 것을 알아서다. 연약함과 부끄러움을 숨겨보고자 강한 척 단단한 뼈대를 내보이고 있을 뿐이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인생의 지침을 돌려버릴 치명적인 실수를 누구나 한 번쯤은 한다. 다만 충격을 완충해내는 용량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기억을 떨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다른 어떤 사람들은 헤어나지 못하고 그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재스민처럼 말이다. 뻔뻔한 사람들에게 실수를 바로 잡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냥 가볍게 번복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제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재스민의 남편인 할 (알렉 볼드윈)이 그렇고, 그녀의 여동생 진저 (샐리 호킨스)가 그렇고, 진저의 형편없는 남자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신경줄의 굵기는 계급과는 무관하고 본성에는 이유와 조건이 없다. 재스민은 적어도 뻔뻔한 사람은 아니다. 그거 하나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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