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2014) B평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2013)

감독: 존 카니

출연: 마크 러팔로, 키이라 나이틀리, 애덤 리바인, 헤일리 스테인펠드, 제임스 코든, 캐서린 키너, 씨 로 그린


 

  가장 먼저 들었던 의문은 존 카니라는 작자의 나이다. 음악과 비즈니스를 막연한 대립항으로 몰고가는 설익은 치기와 지뢰처럼 배열된 오글거리는 대사들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중학교 2학년 아니면 3학년이 분명한데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헌데 다시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하다. 이 아일랜드 남자가 8년 전에 '원스(Once, 2006)'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이 아니었냐는 말이다. 그럼 그때는 일곱 살 아니면 여덟 살이었다는 얘긴데, 사실이라면 조금 무서운 일이다.


  썩 잘 만든 작품은 아니다. 보통 뻔하면 이상하지는 않기 마련이나 이 작품은 뻔한데 이상하기까지 하다. 생각보다 좋은 부분을 찾아내기가 훨씬 힘들다. 처음 30여분 동안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와 댄(마크 러팔로)의 만남을 관점을 바꿔가며 반복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식상한 것보다는 그때마다 그레타의 지하철 노래를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 괴로웠다. 그 칙칙폭폭 노래가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면 댄의 프로듀서로의 감각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그가 뒷골목 소극장 주인이 아니라 음반 업계의 네임드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한 번 의구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드물게 산뜻하고 활기 넘치는 중반 이후 도심 속 쌩 라이브 녹음 장면의 연출은 괜찮은 편이지만, 이내 그레타의 전 남친 데이브(애덤 리바인) 이야기와 뒤섞이면서 다시금 눅눅하고 피로해지고야 만다. 물론 그 파국에는 애덤 리바인의 요한묵시록급 연기도 한 몫을 한다. 노래하는 그는 섹시하지만 연기하는 그는 조금도 섹시하지 않다.


  새롭지 않음이 치명적인 결함은 아니다. 나이브한 세계 인식도 때로는 필요한 위로일 수 있다. 아름다운 영상과 감성적인 노래의 결합이 즐거움을 준다면 그 또한 훌륭한 상품의 요건이요 영화로의 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작품의 속성이 등장 인물들의 태도와 혼선을 빚는다면 그건 문제의 여지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가령 댄과 그레타는 꼭 무슨 거대한 불의에 맞서 통쾌한 한판 역전승을 일궈낸 하이스트 무비의 주인공들 같은 태도를 보이는데, 그것은 그들이 레코딩 비용 및 마케팅 방안을 마련한 방법과 상당히 모순되는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이러한 개운치 않은 면모는 이 작품을 둘러싼 상황과 관련되어 다시 한 번 반복된다. '뉴욕으로 온 원스'라는 과감한 선언이 예고하는 바와는 달리, 이 작품은 존 카니가 미국으로 건너와 헐리우드 스텝들의 지원아래 A급 개런티 배우들 플러스 인기 팝스타를 내세워 만든 신작이기 때문이다. 항상 강조하지만 상업적인 건 죄가 아니다. 다만 그 전술에 제 발 저려 구질구질하게 구는 건 잘못이 맞다. (201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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