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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키스 (Un Baiser S'Il Vous Plait, 2007)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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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런 말을 했다.

"키스는 또 다른 키스를 도발한다." 

  정말로 단 한 번의 키스가 사랑의 트리거 (방아쇠)가 될 수 있는 걸까? 이는 너무나 서로 잘 통하여 아주 사소한 문제까지 시시콜콜 털어놓는 속 깊은 이성친구 주디스 (버지니 레도엔)과 니콜라 (엠마누엘 모우렛)에게 어느날 문득 닥쳐온 의문이다. 각자 남편과 애인이 있는 (유부남 유부녀라는 이야기다) 단지 오래된 친구 사이인 이들은 처음엔 단지 니콜라의 애정결핍증을 치료해야겠다는 목적에 충실했을 뿐이다. ① 새로운 사랑을 권해보기도 하고, ② 다각도로 문제의 원인을 토론해보기도 하고, ③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을만큼 각별한 사이니 네가 좀 나서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④ 그리하여 급기야 조심스럽게 서로의 몸 이곳저곳을 만져보기도 하고, ⑥ 망설임 끝에 키스를 나눠보기도 하고……, 결국 그러다가 진돗개 하나에 준할 사단이 난다는 사실은 조금 뻔한 전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은 역시 실험실 연구원인 주디스와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니콜라가, 문제 인식 ▶ 가설 설정 ▶ 탐구 설계 및 수행 ▶ 자료 해석 ▶ 결론 도출의 과학적 탐구과정을 충실히 따라 온기결핍증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하여 치료법을 모색하는 장면들이다. 우리가 키스하면 좋을까? 이상하다. 좋을리가 없는데 좋았다, 그렇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조건을 바꾸어 다시 한 번 해보자, 뭐 이런 식.

  그러나 이는 바람이나 외도를 정당화하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인생의 비가역성, 불확정성, 비예측성에 대한 탐구에 가깝다. 과학과 수학만으로는 세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진행 아닌 과거 완료라는 시제가, 본인들 아닌 제 3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형식이, 그런 희화화를 가능하게 한다. 일례로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직업에 종사한다는 이들이, 뜻밖에 닥쳐온 사랑 앞에선,

▷(남편을 옆에 두고 니콜라 생각만하고 앉았으니) 내가 이러는데 세계평화인들 이뤄지겠어?
▷(애인을 옆에 두고 주디스만 떠올리고 있으니) 내가 이러는데 인류가 발전할 턱이 있나?

따위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음을 보라. 확실히 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며 각색과 탈색, 고민과 자조을 거친 삶의 한 조각 아이러니지, 외도 그 자체와는 무관하다. 오히려 분노해야 할 부분은 감독 겸 각본 겸 주연으로 맹활약한 엠마누엘 모우렛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요 독선이다. 포스터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듯이 조금 많이 엉큼하다. 저런 역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 연출하고 연기했다니 놀랍기 그지 없다. 특히 키스씬만 십여회 - 그거슨 사심인가? 아니면 진심인가? 더욱이 그 상대역이 다름 아닌 버지니 레도엔이라는 점이 심히 못마땅하다. 어느새 서른넷의 유부녀가 되어버렸음에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고혹적이다. 특히 스무살 무렵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요즘 잘나간다는 그 '버진이'를 한 트럭 갖다준대도 이 '버지니' 누님과는 바꾸지 않으리라는데 동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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