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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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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아이.조'를 나쁘게 말하기엔 추억이 너무 많다. 너무 많아 하얗게 지울 수도 없을 정도다. 마음 속 한편으로는 예쁘고 우아한 인형 놀이를 꿈꾸었으나, 사회의 견고한 관습상 차마 사내로 태어난 체면에 인형을 갖고는 놀 수 없었던 우리들에게 '지.아이.조'는 '스타워즈'의 제다이와 더불어 하나의 심볼과도 같았다. 나의 유년기와 딱 맞아 떨어져 3.75인치의 엣지있는 버전으로 진화한 이 군바리들은 가지고 갖고 놀아도 '거기'가 떨어지지 않을 몇 안되는 인형이었단 말씀. 듀크, 립 코드, 호크 장군, 스칼렛, 스네이크 아이즈, 해비 듀티, 브레이커…… 비록 많은 용사들이 아직 등장조차 하지 않았건만 이들만으로도 엉엉, 충분히 감격스러워, 몰려오는 반가움을 이길 수가 없어 초등학생 백일장보다 못한 시나리오를 두고도 뭐라고 하기가 어려운 정도다. 립 코드(말론 웨이어스)가 생뚱맞게도 흑인 감초 조연이 된 것은 다소 의아하지만, 빨간머리 스칼렛이 훌륭한 몸매를 자랑하는 레이첼 니콜스에게 돌아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한 TV 시리즈 '로스트(ABC, 2004~ )'의 미스터 에코로 기억되는 아데웰 아킨노우예-아바제가 해비 듀티 역을 맡은 것도 끄덕끄덕, 상당히 어울린다.

  '지.아이.조'라는 컨텐츠(장난감/코믹스/애니메이션/영화)가 미국인들의 어떤 욕망을 대변하고 있는지는 이미 날카로운 안목과 필력을 가지신 분들께서 수십년간 체계적으로 지적해오셨으니 이 낙서를 통해 굳이 다시 반복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관건은 그런 의뭉스러운 구석을 떠나서 이 풍부하고 유서깊은 소스를 겨우 이런 식으로 완성할 수 밖에는 없었느냐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조잡하다. 후진 시나리오는 둘째치더라도 참 익숙한 전개를 참 익숙한 전략으로 답습한다는 점에서 밑천을 너무 쉽게 드러내는 감이 없지 않다. 1964년에 처음 나온 컨텐츠를 1994년생이 봐도 얼굴이 붉어질만큼 유치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좋은 전략일지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반대로 겉포장은 또 2009년에 맞추려고 제법 머리를 좀 굴렸는데, 바야흐로 첨단 무기가 나노 무기가 되고 그냥 미친 과학자가 미친 나노 과학자로 각색된 부분이 그렇다. 80년대엔 원자력 전공한 미친 놈들이 그렇게 많고, 90년대엔 생명공학 전공한 미친 놈들이 그렇게 많더만 이제 대세는 (드디어) 나노란 말인가! (친환경 녹색기술인줄로만 알았는데!) 특히 비활성의 나노 무기 앰플을 활성화시킨답시고 냅다 통째로 분자 가속기에 때려넣는 장면은 충격과 공포의 절정. 그걸 또 그냥 손으로 덜렁 덜렁 들고 뛰어다니는 장면에선 충격도 공포도 두 배다.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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