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리 노장의 생존법: 랜디 트래비스

Randy Travis 의 열입곱번째 앨범 <Around the Bend>
2008년 07월 (Warner Bros.)

  어느새 그도 오십이다. 2000년 이후 지난 8년 동안 다섯 장의 앨범을 통해 '크리스쳔 컨트리'에만 집중하던 (공교롭게도 조지 W. 부시 시대의 막이 오르는 순간부터 지금 막이 내리려는 순간까지다. 그렇게나 많은 기도와 찬양이 필요했던 시절이란 말인가) 그가 지천명(知天命)에 이르러 드디어 본령(本領)인 '정통 컨트리'로 컴백을 선언했다. 사실 그의 전성기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의 '내쉬빌 레코드'시절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I Told You So(1988)', 'Forever and Ever, Amen(1987)' 등으로 컨트리계에 신주류 바람을 몰고왔던 그는 이 기간에 다섯장 앨범 연속 빌보드 컨트리 앨범차트 1위, 열다섯 곡이나 컨트리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앨범 세일즈 면에서도 데뷔 앨범 600만장을 시작으로 2집이 1,000만장, 3집과 4집이 각각 400만장, 5집과 6집이 각각 200만장을 팔아치웠다. 지금까지 총계 3,000만장 이상. 그러나 90년대 중반 부진을 겪었고 금세기 들어 가스펠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더 이상은 새롭고 역동적인 활약을 보여주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가령 1994년 이후에 유일한 컨트리 차트 1위곡은 'Three Wooden Crosses(2002)' -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전성기 스타일로 회귀한다손 쳐도 좀처럼 다시 떠오르기 어려운 것이 맞다. 이번 앨범의 경우에도 발매 첫 주에만 무려 3만장을 팔며 컨트리 앨범차트 3위까지 올라가기는 했지만 (1991년 6집 'High Lonesome' 이후 최고의 성적이다) 불과 11주만에 25위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힘이 부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워십 앨범으로 활동하던 지난 다섯 장의 차트 퍼포먼스에 비할 개재는 아니지만, 같은 기간에 1989년생 컨트리 신성(新星) 테일러 스위프트가 어떻게 차트를 휩쓸고 다녔는지를 생각해보자면 아무래도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이번 앨범이 과거 작품들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와 그의 영원한 파트너 카일 레닝은 컨트리계의 물꼬를 돌리게했던 트래비스표 음악의 장단강약점을 분명하게 인지하여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이십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과거엔 '새 바람'이었던 트래비스표 스타일이 오늘날에는 낡은 것이 되었을 뿐 - 노장들이 으레 겪어야하는 참으로 슬픈 일이다. 확실히 그가 쌍끌이로 커팅한 두 편의 발라드 'Faith in You'와 'Dig Two Graves'는 준수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비애감과 과잉의 스트링에 함몰되어 열렬한 지지를 보내기엔 조금 머뭇거려지는 감이 없지 않다. 오히려 아직 '랜디 아저씨가 건재하다' 혹은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라는 명제의 근거로 적당한 트랙은 밥 딜런의 1962년작을 커버한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혹은 머릿곡 'Around the Bend'나 휴 프레스트우드가 작곡한 'Love Is a Gamble'에 가까워 보인다. 절박한 허무, 비극의 황홀성, 그리고 한때 그가 적거했던 신의(神意)에 의한 극복 - 대차대조표를 그려보자면 분명 손익이 맞지않는 일이겠으나 그게 노장이 마주한 현실임을 어찌하랴. 그리하여 노장은 괴로웁다. 허나 쉽게 쓰러지지는 않길 희망한다. 통산 열여섯 곡을 차트 1위에 올린 거물이 이렇게 맥빠지게 물러나서는 곤란한 일이 아닌가. 힘을 내요! 랜디 아저씨! (200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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