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크리스탈 바워삭스

Crystal Bowersox 의 첫번째 앨범 <Farmer's Daughter>
2010년 12월 (Jive/19)

  컴페티션 쇼의 매력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잖아도 모든 걸 경쟁으로 치환하는 시대인데 거기에 오락적 속성까지 더해지면 어쩌나 하는 염려에도 불구하고 '쇼'의 측면에서 흥미를 극대화하는 기술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잘 만들어진 컴페티션 쇼의 미덕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 참가자들을 'Winner와 그 나머지들'로 분류하는 대신, Runner-Up, 3rd Place, 4th Place, 5th Place, 심지어 initial Audition 참가자까지 모두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여 확인시켜줘야 재미있는 컴페티션 쇼가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결국은 스토리다. Winner만이 아니라 모두가 스토리를 지닌 개별 존재로 존중되어야 쇼가 흥한다. 컴페티션은 컴페티션일 뿐, 어차피 광고팔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쇼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도 세상 이치와 똑같다. 사람을 남겨야 진짜 남는 장사다. 최근 시장주의와 자유주의 전도사를 자청하며 랩퍼로 데뷔했다는 자유기업원장(타이틀곡: '개미보다 베짱이가 많아')은 아마 박터지는 경쟁 그 자체를 숭고히 여기지 않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그래봐야 그의 랩은 전혀 경쟁력이 없어 보이는데. 아마 사이먼 코웰이 그의 랩을 듣는다면 이런 평을 내놓지 않을까.

- You have to have a talent to progress it. I don't believe you has a talent.
You're completely wasting your money. Sorry.


  <아메리칸 아이돌> 아홉번째 시즌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토리를 지녔던 참가자를 꼽으라면 단연 크리스탈 바워삭스. 어영부영 불안하게만 보였던 리 드와이즈가 막판 꽃미남 폭풍 성장기 집필을 마무리하면서 표를 긁어가는 바람에 밀리기는 했지만, 캐릭터로 보나 재능으로보나 시즌 내내 흥미를 동하게 했던 참가자는 그녀 쪽이었다. ① 오하이오 시골 출신 농부의 딸, ② 약간의 히피 끼와 4차원 성향, ③ 루츠-록 싱어 송라이터 - 그러나 1985년생, ④ <아메리칸 아이돌> 비시청자임의 간증 등. 물론 처음부터 그녀가 그렇게 눈에 확 띄는 존재는 아니었는지 모른다. 노래야 잘하긴 했지만 '아메리칸 아이돌' 쇼 자체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인상을 주던 시절이라 그런지, 이제 십년 가까이 쇼가 진행되면서 어지간한 대물은 다 나와버린 상태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운명의 Top 11. 빌보드 넘버 원 히트를 주제로 그녀가 로저 밀러의 'Me and Bobby McGee'를 불렀던 순간, 아!

그녀를 사랑, 아니 지지해야 할 것만 같은 강렬한 의무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리고 케니 로저스, 제니스 조플린, 윌리 넬슨, 돌리 파튼에서부터 올리비아 뉴튼존을 거쳐 리앤 라임즈까지, 안녕! 그동안 즐거웠어요, 웃으며 손을 흔들어 떠나보내고 골드웨이브를 사용해 그녀가 노래하는 장면의 소리를 따내어 아이팟에 집어 넣었다. 일주일 후 그녀는 'Midnight Train to Georgia(글래디스 나이트 앤 핍스, 1973)'를 골라 무대에 섰고 나의 열병은 더욱 심해지게 되었다. 리 드와이즈가 우승하거나 말거나.

  그때부터 그렇게 스튜이 그리핀이 마일리 사이러스 연모하는 심정으로 기다려온 그녀의 데뷔 앨범이다. 버팔로 스프링필드의 'For What It's Worth(1967)'를 커버한 두번째 트랙, 카라 디오가디와 채드 크루거의 협업물인 여섯번째 트랙을 제외한 모든 곡을 작곡했고 단 두 곡만이 공동작곡이다. 백업 없이는 안되는 취미형 송라이터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명 프로듀서 데이비드 벤데스의 손길을 감안해도, 제법이다. 앨범 컨셉트는 전형적이나 스물 다섯의 음악이라는 점이 신선하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르 특유의 묵은 냄새를 살려낼 줄 안다는 점이 꽤 신기하다. 빌보드 앨범차트에서는 28위로 데뷔했고 첫 한 달 동안 10만장 남짓의 세일즈를 기록했다. <아메리칸 아이돌>이 배출한 스타들의 첫 앨범 평균 성적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겠지만, 장르적 핸디캡과 최근 아이돌 프리미엄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을 놓고보면 그리 심각한 성적은 아니라 하겠다. (201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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