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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7. 우리집 강아지 뽀삐 (1/6)
    낙농콩단/Season 9 (2008) 2018.11.09 12:17

      제 이름은 뽀삐입니다. 성은 뽀고요 이름은 삐죠. 성과 이름을 하나로 연결하면 뽀-삐, 말 그대로 뽀삐가 되는 거랍니다. 전 쌍문 견씨 비도문파 80대손인 견강부씨 집에 살고 있어요.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그 집 마당에 살고 있는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견씨 집안의 개-견으로 살아가는 제 인생이 어떻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누가 그런 걸 물어보냐고요? 동내 잡종들이요. 이래뵈도 전 뼈대있는 개-견이거든요. 한문도 읽을 줄 알죠. 쌍문 견씨 또한 쌍문동의 지역 유지로 동네 사람들의 존경과 신임을 받는 가문이니 당연히 그집 개 견인 저도 동네 개-견들로부터 그만한 대접을 받을 수 밖에요. 쌍문 견씨 집안의 개-견으로 살아가는 인생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이 집은 일주일에 두 번 꼭 고기를 구워 먹는 풍습이 대대로 내려오고 있어 덕분에 저도 호의호강, 별 불만없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다만 뽀삐라는 이름은 80년대 가장 전형적인 똥강아지 이름 혹은 '우리집 화장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그리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럴 권한만 있다면 좀 기똥찬 이름으로 바꾸고 싶어요. 세상의 많은 개-견들이 가지지 못했던 그런 멋지고 쿨한 이름, 이를테면 '건'은 어떨까요? 개 견과도 발음이 비슷하고, 외자인만큼 여운도 풍부하고, 연예인들 중에도 '건'자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미남이더군요. 장동건, 이동건, 김용건…… 기타 등등. 가끔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쌍문 견씨 아이들이 저를 애타게 "거언, 거언" 하고 부르는 겁니다. 그럼 저는 의기롭고 늠름하게 네 발을 쌍으로 번갈아 뛰며 달려가는 거죠. 그런 날이 왔음 싶은데 가능이나 할런지 모르겠습니다. 견강부씨가 제 말을 알아 들어줄까요? 어림도 없죠. 오늘도 쌍문 견씨 아이들은 저를 ‘뽀삐, 뽀삐’라고 부릅니다 (제가 이름을 바꾸고 싶어하는 또 한가지 이유가 생각났습니다. 영락없이 앰블런스 소리 처럼 들린단 말입니다).

     

    *


      쌍문 견씨 견강부씨네 가족은 모두 여섯입니다. 물론 저를 빼고요. 이렇게나 살갑고 싹싹한 저를 포함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일단 사람 머리만 세었을 때 말이죠. 가장은 저의 주인님이기도 한 견강부씨. 모 대기업 계열의 물류회사 지점장을 맡고 있어요. 마흔 다섯에 그 정도 위치면 높은 건가요 낮은 건가요? 개-견의 사전에는 물류회사란 단어도 지점장이란 단어도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개-견들은 무려 45년씩이나 살지도 못하고요.


      여하튼 그래도 벌이가 꽤 되는가 봅니다. 그러니까 BMW 세븐 시리즈를 몰고 다니겠죠. 유행을 안타는 세븐 시리즈는 럭셔리함이 완벽히 조화된 진정한 카리스마의 상징이래요. 누가 그러냐고요? BMW 코리아 웹사이트요. 모두 외출하고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몰래 들어가 인터넷으로 좀 찾아봤지요. 무슨 개-견이 인터넷까지 쓸 줄 아느냐고 묻지 마세요. 저는 그냥 흔하디 흔해 빠진 개-견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어엿한 족보까지 갖춘, 도도하고 품격있는 양가집 개-견이란 말입니다. 인터넷 따위란, 개 껌을 씹기보다 쉬운 일이죠.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쌍문 견씨네 고물 컴퓨터에 파이어폭스를 설치한 것도 접니다. 시간은 금인데 효율적인 웹서핑을 해야죠. 낡고 독점적인 익스플로러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 한심해서 큰 마음 먹고 손을 좀 봤지요. 쌍문-견씨들의 반응이요? 글쎄요. 그들의 반응이 궁금해 가만히 주시하고 있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컴퓨터를 쓰더군요. 아마 뭐가 달라졌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계속)


    시즌 9, 에피소드 107 (200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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