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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7. 우리집 강아지 뽀삐 (2/6)
    낙농콩단/Season 9 (2008) 2018.11.10 09:41

      쌍문 견씨 집안의 서열 2위 인간은 오말순 여사입니다. 누구인고 하니, 견강부씨 와이프이자 애들 엄마죠. 물론 제가 그렇게 - '애들 엄마'라고 - 부르면 안되겠지만요. 오말순 여사는 주인님 견강부씨보다 호적상으로 나이가 한 살 더 많습니다만 실제로 보면 다섯 살 이상 많아보인다는 것이 동네 개 견들의 중론입니다 (물론 동네 사람들의 중론이기도 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깁니다만, 오말순 여사는 꼭 무슨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마녀처럼 생겼습니다. 눈꼬리도 음침하고, 입꼬리도 날카롭고, 언뜻 봐도 얼굴 화장 두께가 5 센티미터는 될 것 같으며, 항상 뭔가에 화가 난 표정인데다가, 무엇보다 개-견을 싫어합니다. 처음 만난 그 날, 그러니까 주인님이 저를 애완동물 샵에서 이리로 데려왔던 운명의 그 날, 기겁을 하던 저 여자의 썩어 문드러진 표정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만약 언젠가 쌍문 견씨 집안의 누군가 절 해꼬지하려 든다면 십중에 팔구는 저 여자일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원래 개-견 밥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는 매정하고 잔혹한 여자입니다만 드물게 손수 제 밥을 차려 갖다주는 소름끼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재수 옴 붙은 날에 저는 혹시 그 밥에 독이라도 들어있진 않을지 은수저를 (부엌에서 스리슬쩍 훔쳐 왔답니다) 꽂아 반드시 확인을 해봅니다. 안 그랬다간 한 방에 인생 종 치는 수가 있을테니까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근 오여사께서 스크린 골프에 미쳐 곡기를 끊었단 사실입니다. 자기 밥도 안 챙겨먹는 여자가 개-견 밥을 챙겨 주겠습니까? 덕분에 마음이 아주 편해졌습니다. 그깟 골프가 뭔진 몰라도 참말로 감사한 일이죠.


    *


      보통의 경우, 제게 밥을 주는 사람은 서열 3위 배강새 여사입니다. 예? 이름이 좀 이상해서 그렇지 여사가 맞습니다. 나이는 서른 다섯, 며칠 전에 막 30대의 반환점을 도는 생일을 지났죠. 견강부씨와 열 살 차이가 나는, 그러면서도 쌍문 견씨가 아닌 이 여자가 쌍문 견씨네 집안에서 무슨 사이길래 서열 3위를 차지했는지 궁금하신 분들, 지금 짐작하시는 바로 그겁니다. 세컨드, 본토 발음으로는 세컨, 일본식 발음으론 세깐, 즉 견강부씨의 두번째 마누랍니다.


      넉살도 좋은 견강부씨는 그녀를 '애들 이모' 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 호칭을 들을 때마다 불편합니다. 설령 바람을 피울지라도 (절대 그것이 옳다는 뜻이 아닙니다) 세상 천지에 도대체 어떤 남자가 저렇게 당당히 작은 마누랄 집에 데리고 들어와 산단 말입니까? 그것도 21세기에.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 전 어디까지나 절 이 집으로 데려와 준 견강부씨 편이고 끼니 때마다 꼬박꼬박 제 밥을 챙겨주는 배여사 편입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배여사는 마녀에 준하는 오여사에 비하면 천사가 따로 없죠. 젊죠, 따뜻하죠, 상냥하죠, 개-견을 사랑할 줄 알죠, 절대로 상대가 될 수 없는 대결입니다. 견강부씨가 어떤 경로로 바람을 피우게 되었으며 무슨 사연으로 명실공히 작은 마누라를 집에 들이게 되었는지는 속속들이 알 수 없으나, 개-견 인생 팔년에 있는 꼴 없는 꼴 다 봤으니 대충 그림은 그려집니다.


      겸사겸사 인간 남자들이 왜 세컨드에 집착을 하는지에 대한 이론도 하나 정립을 했습니다. 이름하여 '뽀삐 이론'이라고. 무슨 내용이냐고요? 변수가 많고 수식이 복잡해 말로 설명드리긴 어렵지만…… 결론은 이겁니다. '견강부씨가 멀쩡한 중형차를 팔고 BMW세븐 시리즈를 산 행위와 작은 마누라를 쌍문 견씨 종가에 들인 행위에는 원리상 차이가 없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우욱……" 하며 동네 개-견들은 더럽고 구역질나고 역한 소리라며 몸서리를 칩니다. 그래서 그 잡종 개-견들이 아직 어린 것들이란 얘깁니다. 그러니까 여지껏 그들이 그처럼 족보도 없는 집안에서 족보도 없는 개-견으로 사는 거죠. 뼈대있는 우리 주인님 견강부씨를 모시고 살려면 그 정도의 일에 충격받거나 놀라선 안됩니다. 그런 사소한 진실을 감당하지 못해선 뼈대있는 애완용 개 견으로 자격이 없지 않겠습니까? (계속)


    시즌 9, 에피소드 107 (200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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