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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7. 우리집 강아지 뽀삐 (3/6)
    낙농콩단/Season 9 (2008) 2018.11.11 12:04

      바로 서열 4위, 쌍문 견씨 집안의 서열 4위는 유은지 여사, 아니 '여사'라기엔 너무 어리지만 아무튼 그녀가 바로 그 이유가 되겠습니다. 견강부씨와 열 여섯살 차이가 나는, 그러면서도 쌍문 견씨가 아닌 이 여자가 쌍문 견씨네 집안에서 무슨 사이길래 서열 4위를 차지했는지 궁금하신 분들 (설마 같은 개그로 두 번을 우려먹을까 우려하는 분들) 죄송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겁니다. 서드, 본토 발음으로는 떨-으, 일본식 발음으론 싸드, 즉 견강부씨의 세번째 마누랍니다.


      넉살도 좋은 견강부씨는 그녀를 '애들 누나' 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 호칭을 들을 때마다 소름마저 끼칩디다. 정말이지 우리 주인님은 세기의 호걸 아니면 세기의 악당일 겁니다. 어느 쪽이든 더럽게 머리가 비상한 사람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자그마치 셋째 마누라까지 얻어놓은 사람을 두고 둘째 마누라가 도덕적으로 옳으냐부터 물을 순 없을테니 말입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셋째 마누라를 들였느냐면 것도 역시 '뽀삐 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하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차를 한 번 더 바꾼거죠. 동급 최강 마력과 연비를 자랑하는 최신형으로. (1974년형을 1980년형으로?)


      사실 속내를 말하자면 전 견강부씨 머릿 속보다 유은지씨 머릿 속이 더 궁금합니다. 왜 멀쩡하고 아쉬울 것 없는 스물 아홉 아가씨가 중늙은이의 둘째도 아닌 셋째 마누라 역을 기꺼이 받아들였는지 말이에요.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흔히 이런 경우에 인간들은 '돈 때문이다' 라는 짐작을 많이 하는데 유은지씨는 번듯한 일류 대기업 직장도 있을뿐더러 연봉 또한 주인님 연봉보다 많습니다. 제가 월급명세서를 뜯어봤거든요. 깜짝 놀라서 전 순간 체통도 잊고 이렇게 외쳤죠. "이런 썅…… 아니 대체 뭐가 아쉬워서……."


      아무튼 개-견을 대하는 유은지씨 입장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습니다. 알러지가 있어 가까이는 못 온다는데 그렇다고 개-견을 배척하거나 박해하지는 않거든요. 개-견만의 예민한 직감으로 알 수 있는 건데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이젠 어느만큼 정도 들었고요. 지난 석 달 간의 기억을 찬찬히 돌아보자면 같이 지내기에 꽤 나쁘지 않은 식구란 생각이 듭니다. 하긴 누구든 오여사만큼 지독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오죽하면 견강부씨의 두 아들 - 쌍문 견씨 집안 서열 5위 초등학교 4학년생 견적서와 서열 6위 초등학교 2학년생 견출지, 쌍문 견씨 형제도 자기 엄마보다는 이모와 누나를 더 좋아할 정도라니까요. 얼마전에는 놀이터에서 작은 놈 출지가 큰 놈 적서한테, "형아, 실은 이모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 그래서 누나랑 다섯 식구로 살았으면 좋겠어" 라더군요. 그랬더니만 큰 놈 적서가 "나도 그래" 라고 답했죠. 쌍문 견씨 집안의 귀염둥이 애완견으로 제 의견을 말하라면,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


      다만 박학하고 다식한 저조차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저 지독하고 악독하며 표독스럽기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오말순 여사가 어떻게 두 눈 멀쩡히 뜨고 남편이 작은 마누라에 셋째 마누라까지 들이는 꼴을 지켜보고 있었을까 하는 겁니다. 진작에 난장판을 피우고도 남을 일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지금까지 그 문제로 목소리를 높인 적이 한번도 없었단 말입니다. 아무래도 뭔가 대단한 책이 잡혀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 꿈 중의 하나가 영화 감독이라는 말씀을 드렸나요? 가끔 저는 일상에서 얻은 소재를 영화 시나리오로 만드는 상상을 즐기는 개-견입니다. 당연히 이 네 남녀의 기묘한 동거로부터도 상당한 영감을 받고 있답니다. 서로 발을 뺄 수 없는 견고한 운명의 올가미에 엮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니……. 아! 총잡이라면 필경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 카다. 아니면 카텟이거나. 


      오여사는 배여사를 '둘째 동서'라고 부르고 유은지씨를 '셋째 동서'라고 부릅니다. 배여사는 오여사를 '형님'이라고 부르고 유은지씨를 '동서'라고 부릅니다. 유은지씨는 오여사를 '큰 형님'이라고 부르고 배여사를 '작은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주인님, 견강부씨는 오여사를 '애들 엄마', 배여사를 '애들 이모', 유은지씨를 '애들 누나'라고 부릅니다. 애들 쌍문 견씨 형제도 아버지 말씀에 준하여 오여사를 '엄마', 배여사를 '이모', 유은지씨를 '누나'라고 부릅디다. 복잡하죠? 맞아요. 복잡해요. 그렇게 쌍문 견씨 집안은 오늘도 화목하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저 귀염둥이 뽀삐와 함께. (계속)


    시즌 9, 에피소드 107 (200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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