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75. 캐치-44 (10/11)
    낙농콩단/Season 14 (2013) 2018.11.08 12:04

      공수부대 수송기 파일럿 에이브러햄 알바레즈. 사람들은 그를 '에이 에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파일럿 이름으로 적당하지 않기로 따지자면 에이 에이(A.A.)만한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고사포, 다시 말해서 대공 화기(anti aircraft)의 약자가 A.A.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에이 에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모는 수송기를 타고 적진 상공을 비행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유쾌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었다. 더구나 그 수송기의 이름이 <더 그랜드 파이널>이라니 더욱 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기 더 어려운 느낌이었다.


      꼭 이름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작전에 투입된 대원들의 귀환 확률도 대단히 낮았다. 본디 고립 상황에서의 작전 수행을 전제로 하는 공수부대의 성격상 평균 생존 확률 자체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어서, 작전의 성패에 따라 '모 아니면 도' 격으로 귀환하는 것이 보통이기는 했지만, 그런 열악한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파일럿 에이 에이와 그의 애기 <더 그랜드 파이널>과 함께하였던 대원들의 무운이 정규 분포 안에 들었다고 보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었다. 


      같은 해 8월 23일. 중위는 훌륭한 성적으로 9월 비행 및 낙하 훈련 안전 교육에 낙제를 맞았다. 그러나 합격했다. 페티 오핑턴 중사의 경우와 마찬가지였다. 처참하게 떨어져가는 고의 낙제율로 인해 합격자의 수가 모자라자 어거지 합격을 시켜버린 것이었다. 오! 주여! 그간 위험하다는 이유로 투입되지 않았던 서전트 하사 역시 같은 운명을 맞았다. 미친 놈조차 작전에 내보내야 할 정도로 전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던 것이다. 


      군종 신부이자 고소공포증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중위는 낙하산 부대원으로 9월 작전에 바로 투입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칠리아에 주둔 중인 이탈리아 제 3 보병연대의 병참 기지를 폭격하고 배후를 침으로서 기반 시설을 무력화하겠다는, 또 하나의 무모한 계획이었다. 연대장이 부재중이고 부연대장이 치매 노인이며 장교 수십명의 수발을 이등병 소년 하나가 다 책임지고 있는 막장 5분 전 상황에서 과연 이런 계획은 누가 세워서 내리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에이레네 섬에도 가끔은 싱그러운 지중해의 바람이 불었다. 중위는 삼일 밤낮으로 기도를 했는데 하나님이 그에게 보내준 것은 오직 따뜻하고 물기 서린 지중해 특유의 바람 뿐이었다. 


      '이제 내일이야.' 당장 지금이라도 그가 군종 장교라서 공수 부대 작전에 투입되면 안된다는 사실을 누가 알아주면 좋겠지만, 대전을 벌이고 있다는 세계는 한없이 고요하기만 하였고 그럴 가능성도 없어 보였다. 기적을 기대하기에도 너무 늦지 않았나 싶었다. 중위는 어윈 이등병을 불렀다. 연대장의 당번병이자 부연대장의 당번병이자 군의관의 당번병이자 리터넌트 대위의 당번병이자 새로운 군목의 당번병이기도 한 그 어린 소년 말이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그는 이등병의 손을 굳게 잡고 당부했다.

    - 그 동안 고마웠네. 몸 조심하고. 전쟁이 끝나면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가게.

      이등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막사 안에서 여전히 휘발성 기억력에 시달리는 메이어 소령의 괴성이 들려왔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자넨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다음으로 고바야시 마루 군의관을 찾아갔다. 나름 군의관도 켕기는 구석이 있는지 평소와는 태도가 달랐다.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고 웅얼거리며 말을 돌렸다.

    - 사실 이제까지 우리는 연대장님이 만들어 놓은 조항과 규정과 편람과 양식에 준거하여 살아왔다네.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을 바꾸려고 한다면 연대장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 압니다. 연대장님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걸.

    - 미안하네. 자기 손주들 똥귀저기 갈아주는 문제에 대해서도 양식과 편람을 만들어 놓을 위인이니 어쩌겠나.

      문득 중위는 존 웨인 닮은 남자가 아기 기저귀를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게 되었다. 그래도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격납고는 부대의 오른쪽 끝에 있었다. 서둘러 지은 티가 너무 났는데, 그건 실제 서둘러 날림으로 지었기 때문이었다. 주변 경관이 워낙에 절경이라 마치 군대에게 강제 점령 당한 휴양지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그 부분 역시 강점중인 휴양지인 것이 사실이기에 그리 보이는 것이었다. 중위는 에이 에이를 찾아갔다. 어차피 그는 수송기가 뜨고 그리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미리 도움을 청할 사람이 필요했다. 에이브러햄 알바레즈 하사. 에이 에이가 중위의 마지막 카드였다. (계속)


    시즌 14, 에피소드 175 (2013년 12월)

    '낙농콩단 > Season 14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5. 캐치-44 (11/11)  (0) 2018.11.08
    175. 캐치-44 (10/11)  (0) 2018.11.08
    175. 캐치-44 (9/11)  (0) 2018.11.07
    175. 캐치-44 (8/11)  (0) 2018.11.06
    175. 캐치-44 (7/11)  (0) 2018.11.05
    175. 캐치-44 (6/11)  (0) 2018.11.04

    TAG

    댓글 0

Designed by Tistory.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