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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농콩단/Season 14 (2013) 2018.11.02 10:00

      시간이 갈수록 채플린 중위는 군종 신부인 자신이 공수부대원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 사태가 행정적 착오에 기인한 것이란 생각에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가장 큰 증거는 계급장이었다. 자신이 정말 신참 낙하산 부대원이라면 무슨 수로 부임 직후 다자고짜 ‘중위’로 복무할 수 있겠는가? 그건 누가 봐도 충분히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치카디 부대의 어떤 남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중위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중위의 의도와는 다르게, 많은 공수부대원들은 군 경력도 일천해보이는 신참 낙하산 부대원이 중위 계급장을 달고 들어왔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그들은 틀림없이 채플린 중위가 높은 곳에 끈을 가진 남자로 일종의 '낙하산'으로 군에 들어왔을 것이라 추측했다. '낙하산'으로 들어왔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을 뿐, 낙하산 부대원으로 훈련 받는 사실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중위를 향한 뜨거운 불만의 중심에는 제시 W. 서전트 (Jessie W, Sergent) 하사가 있었다. 하사는 치카디 부대에서만 자그마치 7년 넘게 복무한 박힌 돌 중의 박힌 돌로, 갓 굴러들어온 돌이 자신보다 높은 계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채플린 중위를 상대로 시비를 걸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반말을 찍찍하는 고참 하사 앞에서 신참 중위는 상당한 난이도의 인내심 테스트를 받아야만 했다. 사실 중위로서는 그런 하사의 반응이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이유인 즉 군종장교는 보통 처음부터 중위 혹은 대위의 계급으로 시작하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그럴때면 중위는 신학교 신부님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고는 했다. 

    - 그 자는 자네가 중위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아닙니다. 신부님. 그 자도 제가 중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 그럼 군종 장교라고 깔보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 사제들은 일반 병사나 장교들과 조금은 다른 체계에 위치한 존재 아닌가? 액면 그대로 하사가 중위를 대하는 태도를 기대하기는 힘들걸세. 원래 그 바닥이 그렇다네. 신경 쓰지 마시게나.

    - 아닙니다. 신부님. 그 자는 제가 군종 신부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 자네가 신부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동일 병과, 동일 직렬의 상하관계라고 생각하면서 하사가 중위에게 찐짜붙는단 말인가?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신학교 신부님이 그런 표현을 썼다. 찐짜.

    - 그래서 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신부님.


      항상 이 대목에 이르면 중위는 자신의 처지가 밖에서 맞고 들어와 부모에게 일러바치는 어린 아이처럼 느껴져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사를 상대하면 상대할 수록 유치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려서부터 그는 군대식 계급 따위의 위계 시스템을 혐오하곤 하였는데 지금은 그 시스템을 방어막으로 삼아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되다니 말이다.


      사실 중위에게는 서젼트 하사의 공세에 대응할 여유가 없었다. 그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바로 정말로 어느날 고공 낙하를 지시 받기 전에 행정 착오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그는 자신의 직속 상관 혹은 높은 위치의 책임자들과의 면담을 요청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비행 및 낙하 안전 시험 따위는 재쳐두고 말이다. 떨어지면 뭐 어떤가? 덩분간 비행 및 낙하를 하지 못하게 되면 다행 아닌가. 


      문제는 그런 중위의 태도가 '낙하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하사의 분노가 극에 달하도록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이었다. 모욕감에 얼굴이 벌개진 하사는 "햇병아리 중위가 신성한 군인의 임무와 역사와 전통의 치카디 부대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기에,

    - 에이, 설마 무슨 사정이 있지 않겠어?

    라고 주위에서 이야기할 때마다 하사는 더욱 더 목소리를 높여 철없는 상관을 비난했다.

    - 여기 사정 없는 놈이 어디 있는가? 게다가 명색이 군인이라는 놈이 하기 싫다고 안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것부터 썩어빠진 정신 상태를 방증하는 것은 아닌가? 저런 빈틈이야말로 히틀러 나치와 공산당들이 파고들기 딱 좋지! 아무렴 그렇고 말고!

    라는 식의 레파토리로 말이다. 하사는 중위를 증오하고 또 경멸했다. (계속)


    시즌 14, 에피소드 175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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