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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농콩단/Season 17 (2016) 2018.11.17 09:40

      쟝 마리 시립 도서관에 자가 대출 반납기 3.0이 도입된 것은 그해 겨울의 일이었다. 그때 역시 나는 환호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자가 대출 반납기 3.0은 정말이지 굉장한 기계였다. 이제는 소독한 반납 도서를 서가의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일까지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비교적 아주 정확하고 신속하게. 내가 보기에는 페이지 열 명 몫은 충분히 해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소독 과정을 거친 반납 도서가 다시금 여러 사람 손을 타지 않는단 점이었다. 아주 합리적이었다. 또 위생적이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자가 대출 반납기 3.0이 서가 사이를 누비며 책 정리를 수행하는 동안에 대출 및 반납 업무에서 빠지게 된다는 정도였는데 …… (자가 대출 반납기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대출 희망자들이 반양장 세균 덩어리를 들고 나타나면 어쩌지? 게다가 그 사이 하필 캐시가 화장실에 가서 코를 후비고 있으면?) 생각해보니 그 부분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이미 자가 대출 반납기 2.0이 한 대 있었으니까. 자가 대출 반납기 3.0이 종종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크게 업무 부담이 늘어나진 않을 것이다. 과거에 나와 캐시 두 사람이 나누어 하던 일을 이제는 나와 캐시, 자가 대출 반납기 2.0과 자가 대출 반납기 3.0, 이렇게 넷이 나누어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누구를 닮아 호기심이 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가 대출 반납기 3.0의 원리도 궁금했다. 이를테면 어떤 책이 반납되었을 때 기계가 그 책이 무슨 책인줄 어떻게 알고 원래 꽂혀져 있던 자리를 찾아서 다시 가져다가 놓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도서관의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었다. 잘난 라이브러리안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가방 끈 긴 라이브러리 디렉터 뒤상씨도 모르는 듯 했기 때문이다. (거듭 언급하지만 뒤상씨도 모르는 걸 도서관의 다른 누가 알 리 없지 않은가!)


    - 뒤상씨, 자가 대출 반납기 3.0에 대해서 좀 아세요?

    - 모르겠는데요, 캐시. 왜요?

    - 무슨 책인지 어떻게 알고 뒤섞인 책을 제자리에 갖다놓을 수 있는 걸까요?

    - 그렇군요. 일리 있는 말이네요.

      뒤상씨의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 위의 스프레드 시트에 박혀 있었다.

    - 맞아요. 어쩌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지 몰라요. 반납시 바코드를 인식하면서 전산에 서지 정보 역시 연동되지 않았을까요?

    - 그랬겠죠. 아마도요.

    - 그럼 어떤 순서로 책이 쌓여 있는지 알 수도 있겠죠. 그렇게 순서대로 원래 위치로 가져가 꽂는 것이고요. 기차역 택시 승강장에서 처럼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손님을 하나씩 태우는 거죠.

    - 그렇네요, 캐시. 그러면 되겠군요.

    - 그렇담 이동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바퀴가 있어 굴러다니는 건 알겠는데 서가 높은 곳에는 어떻게 올라갈까요? 도서관에선 정숙이 중요하잖아요.

    - 그러게요, 그거 참 큰 문제로군요.

    - 로봇 팔을 밖으로 빼서 책장을 기어 올라갈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로봇 다리가 있을지도 모르죠. 로봇 팔이 있는데 로봇 다리가 없을 이유는 없잖아요?

    - 훌륭하군요, 소피. 새 기계의 원리를 밝혀냈네요.  

      물론 목소리의 톤으로 미루어보면 그가 그렇게 놀라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


      그 무렵 페이지들 사이에서는 감탄과 한탄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들이 할 일이 없어졌으니까. 쟝 마리 시립 도서관에는 총 여덟 명의 파트 타임 페이지들이 있었는데 모두 일괄 전환 배치가 이루어졌다. 파트 타임에서 또 다른 파트 타임으로, 다시 또 다른 파트 타임으로. 그리고 더 이상 전환할 파트 타임이 없어졌을 때 거짓말처럼 해고 통지가 이루어졌다. 시험조로 걸린 두 명이 마리와 르네였다. 


      나는 솔직히 그 아이들과는 그리 친하지 않았다. 해고 소식을 듣고도 별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뭐 어쩌겠어. 그러니까 파트 타임이지.' 도서관 정문 앞에서 그녀들이 1인 시위를 벌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별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반면 대책없는 캐시는 눈물 콧물을 질질 짰다. 마치 마리와 르네가 자기 친 언니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과연 친 언니들이 직장을 잃어도 저 애가 저럴까?' 싶을 정도였다. 하여간에 반납된 책을 만진 손으로 눈물 닦고 콧물 닦고 그 다음에 그 손으로 다시 샌드위치를 먹는 그 아이는 정말로 구제 불능이었다. 정녕 노력한다고 구제할 수 있는 영혼이 아니란 확신이 들었다. (계속)


    시즌 17, 에피소드 210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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