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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8. 슈퍼 출장비 대전 (2/4)
    낙농콩단/Season 6 (2005) 2018.10.28 10:00

      고속버스를 타고 다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출돌이들의 (자주 출장 다니는 사람들을 부르는 정겨운 사내 신조어가 되겠다) 노력은 99 퍼센트의 노력과 1 퍼센트의 잔머리로 완성될 수 있었다. 이들은 출장비가 <사후실비정산>이라는 위대한 '마그나 카르타' 아래 일비, 숙박비, 식비, 교통비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경비를 절약하고 가짜 영수증으로 상한선까지 사용했음을 증명한다면 교통비의 부족분(목적지까지의 케이티엑스 왕복요금 - 목적지까지의 고속버스 왕복요금)을 꾸역꾸역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즉 고정으로 지급되는 일비와 숙박비, 그리고 식비의 사용내역을 만땅으로 채운다면 사비를 털지 않고도 얼마든지 케이티엑스의 안락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들은 이런 기술을 조석으로 연마하여 왔으니 달리 새로울 일도 아니었다. 출장비에서 만 몇 천원 남겨 먹는 것과 고속버스 대신 케이티엑스를 타는 것,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이들은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었다. 마지막 단 하나의 문제가 출장보고서에 포함될 '고속버스 영수증'이었는데, 그들은 불굴의 투지로 터미널 쓰레기통을 뒤져 출발지와 도착지가 일치하는 것을 기가 막히게 구해내는 신공을 보였다. 정 쓰레기통을 뒤지기 어렵거나 거지꼴이 되도록 뒤지고 또 뒤졌음에도 영수증을 구하지 못한 경우엔 차장이나 승무원 혹은 오가는 승객들에게 구걸을 하기도 했다. 이 역시 이전부터 종종 시도해오던 일이기 때문에 그들은 누군가에게 미움을 돌리지 않고도 즐겁고 명랑한 마음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가성비 사장은 자신의 엄명이 '잃어버린 멍멍이 찾습니다'라는 동네 전단보다도 덜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6 개월 후에나 알게되었는데, 여기엔 그가 회사를 아버지 가건물 왕회장으로부터 스물 다섯에 넘겨 받았다는 사실이 결정적일 것이라 모두들 추측했다. 한번도 평사원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장이 삥땅과 두루치기의 고혹적이고도 오묘한 진리를 알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분명한 증거가 있는 말은 아니지만 확실히 사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직원들은 믿었다. 입신에 눈이 먼 어떤 놈팽이의 밀고가 아니었더라면 사장은 그나마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수증 뻥튀기'라는 (당연하지만 사장에게만큼은 전혀 당연하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상황은 바야흐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실제 출돌이들이 무엇을 타고 내려가고 올라오던) 꼬박꼬박 보고서상에는 고속버스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었다. 그에 따라서 출장경비 전반의 전무후무한 절약이 이루어졌으며, 그간 알게 모르게 늘어나던 실삥땅액수(지급된 출장경비-실제 사용한 출장경비-해당 출장업무와 유관하여 미구에 소멸될 기타경비) 역시 급감하였다. 서류상으로만 보면 사장의 의도는 더없이 성공적이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 시점에 밀고가 터졌다.


      그는 모름지기 세상에 두 가지 유형의 보스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나는 실리적인 보스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위엄있는 보스다.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는 제 삼의 유형이 있을까? 그는 두 발 달린 짐승의 세계에선 없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실리적이면서도 위엄있는 보스'라고 고백한 바 있다. 때문에 순순히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실리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위엄은 건질 수 없기 때문이다.

    - 내가 타지 말라면 다같이 타지 않는거야! 케이티엑스고 나발이고…….


      밀고를 접한 그는 분노와 수치심이 짬뽕 짜장 섞인 짬짜면처럼 되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하여 그의 위대한 엄명에는 비로소 다섯 번째 줄이 추가되게 되었던 것이다.


    ⑤ 비서실 산하 감사팀을 신설함으로써 고속버스 탑승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만약 허위로 드러날 경우 출장과 관련된 비용처리를 일체 불허할 것. (계속)


    시즌 6, 에피소드 68 (200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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