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논스톱 (Non-Stop, 2014)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4. 9. 17.

본문

  '논스톱 (자움 콜렛 세라, 2014)'은 특이한 작품이다. 설정만 놓고 보면 버스에서 비행기로 무대를 옮긴 버전의 '스피드 (쟝 드봉, 1994)'를 기대하게 하지만 긴박감이나 몰입도에서 저 대단했던 폭주 버스의 전설에 견줄 결과물은 결코 아니다. '멈출 수 없는 버스'와 '멈출 수 없는 비행기' 중에 어느 쪽이 더 위험하느냐를 단순 비교하자는 건 아니나, 비행기 쪽이 버스보다 더 루즈하다는 충격적 사실에 당혹하지 않을 재간은 없다. 뭐랄까. 큰 맘 먹고 해외직배송 상품을 주문했는데 바로 다음 날 '우체국 택배'가 옥천허브에서 간선하차 중이라는 메세지를 받는 느낌이랄까.

 

  사실 논스톱의 실패는 캐릭터의 실패에서 출발한다. 리암 니슨이 연기한 주인공 (전직 경찰이자 현직 항공 보안 요원) 빌 막스는 '테이큰 (피에르 모렐, 2008)'의 전직 CIA 요원이자 현직 사설 보디가드 브라이언 밀스의 노골적인 재탕처럼 보이지만 (심지어 이니셜조차 같다!) 깊이나 입체적인 면모에 있어 훨씬 얄팍하고 부실하다. 신기하게도 구구절절한 사연이 한가득인데도 말이다. 캐릭터에 복잡한 사연을 선물하여 입체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는 이해하겠으나, 이렇듯 중심 사건의 전개와 큰 연관성이 없는 설정들을 괜히 쑤셔넣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만 일으킨다. 이 경우에는 빌 막스가 과거 어린 딸을 백혈병으로 잃은 경험이 있다는 설정이 결정타인데, 브라이언 밀스의 부성애 코드를 다시 한 번 소환하려는 이 노골적인 노력은 영화의 중심사건과 긴밀하게 연결되지도 않아 그 전개에 있어 어떤 계기나 동력으로 작용하기 역부족이다.

 

  여기에 도무지 개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보조 캐릭터들의 난맥도 한 몫을 한다. '탑승객 전원이 용의자'라는 카피는 강렬하지만 사실 더 적합한 카피는 밀실 트릭의 부실함을 감안하면 '탑승객 전원이 구경꾼'일 것이다. 현직 뉴욕 경찰이자 오늘은 그냥 승객으로 분한 코리 스톨과 현직 아줌마인데 오늘은 답없는 승객으로 분한 줄리언 무어는 그들의 뛰어난 커리어에서 아주 드물게 쌍바닥 저점을 찍었다. 현직 스튜어디스이나 무색무취로 일관하는 미셀 도커리는 늘 하던대로 평타를 쳤는데 사실 그래서 문제다 (註1). 그 결과 주인공의 원맨쇼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80년대식 액션 영화의 묵은 내가 난다. 영상과 액션은 21세기이고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시대임을 강조하는 장면들이 거듭 등장하는데 여전히 작법은 20세기에 머물러 있으니 보는 내내 묘한 이질감을 지울 수가 없다.

 

(2014년 09월)

 

(註1) 그녀의 늘상 약간 귀찮은듯한 표정은 한가로운 귀족집 따님을 연기할 때는 장점이었지만 (Downton Abbey, ITV, 2010-2015) 이렇게 서비스직 종사자를 연기하는 경우 문제가 없다고는 못하겠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