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데드 오어 얼라이브 (D.O.A, 2006)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7. 29.

본문

  이건 뭐 거의 아침 드라마 수준이 아닌가. ① 공주가 실종된 오빠를 찾아 나선다. ② 실종된 오빠와 막역한 사이였던 호위무사는 실종된 오빠를 찾아 나서겠다는 공주를 지키러 따라 나선다. ③ 실종된 오빠를 연모했던 근위대장은 실종된 오빠를 찾아 나서겠다는 공주를 잡아오러 나선다. ④ 호위무사는 은근히 공주를 연모하고 있고, 공주는 실종된 오빠에게 혈육의 정 이상을 느끼고 있다. ⑤ 때문에 공주를 추적하는 근위대장의 집요함은 단지 공주가 부족을 배신했기 때문만은 아니게 된다.

  여기서 공주를 억척발랄 리빙 디자이너로, 호위무사를 꽃미남 한량 식장님(실장님)으로, 근위대장을 다소 히스테릭한 여팀장님으로 각각 바꾸면 짜잔! 내공 10년차 주부님도 두 손을 번쩍 들 수 밖에 없는 가공할 아침 드라마가 완성된다.

  게임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니 게임적 요소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쯤되면 좀 적절함을 따지기가 난감해진다. 게임 매니아들의 선호에 부합하고 그들의 요구를 차용하는 것과 내러티브를 게임의 수준으로 가져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내러티브란 최소한의 맥락만을 남겨두고 가능한 유저의 손에 맡겨두는 것이 좋기 때문에 (설령 정말 그렇지 않더라도) 게임의 내러티브는 상세할 필요가 없다. 헌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를 그런 마인드로 만들면 이번 판 깨고 다음 판 넘어가기까지 나오는 막간 영상의 조합처럼 앙상한 몸체만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D.O.A (오토튠의 죽음 아님)'는 대전게임이다. 애초부터 '툼 레이더'등 어드벤처물처럼 다양한 이야기로 갈래를 칠 수 있는 풍부한 텍스트가 아니다. 그렇다면 정녕 이 작품은 공염불에 불과할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쉽게 단정하기에는 원규의 무게감이 크게 느껴진다.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예스 마담(1985)', '신조협려(1991)', '신정무문(1991)', '방세옥(1992)'을 만든 남자를 불러낸 것은 군산상고 잡으려고 WBC 대표팀을 총출동시키는, 뭐 그런 느낌이다. 의도를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림은 나쁘지 않다.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모르겠지만) 뜻밖에 그림만 즐기기에는 썩 나쁘지 않다. 적어도 따분하거나 피로할 틈은 없는 편이다. 배우들 역시 연기력에는 하자가 있을지언정 몸매에는 일말의 하자도 없는 무결점의 경지로, 원작 게임의 대전제에 더할 나위 없이 부합한다. 눈길 둘 곳이 없는 것과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정말 백지 한 장 차이임을 깨닫게 만드는 적절한 수준의 오락물이다.

(2009년 07월)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