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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렌즈, 마이 러브 (Mes Amis, Mes Amours, 2008)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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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한번씩은 꿈꾸는 절친과의 화려한 동거다. 물론 어쩌면 그 또한 피차 빛나는 솔로임을 가정할 때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냥 돌아온 것도 아닌 애까지 데리고 돌아온 싱글 파파의 입장이라면 아무리 죽마고우 사이라도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초등학생 아들이 있는 건축가 앙트완(파스칼 엘비)과 역시 비슷한 또래의 초등학생 딸이 있는 서점주인 마티아스(벵상 링던). 이 두 남자가 런던의 프랑스인 동네에서 시작한 동거가 바로 그런 식인데, 아무리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봐도 축축하고 남루하고 모양 빠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의 동거가 불완전한 상태의 두 가족을 애써 하나로 합쳐내기 위하여 시도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집과 집 사이의 벽을 허물어 하나의 물리적 공간을 만든다는 설정은 그래서 의미롭게 다가온다. 진짜 핏줄로 맺어진 한 가족에게도 차고 넘쳐나는 문제가, 아무리 절친이라한들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가진 앙트완과 마티아스 사이에서 발생하지 않을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동거 계약서'는 이 특별한 동거의 과도기적 성격과 잠재적 불안 요소를 동시에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REGLEMENTATION DE NOTRE VIE COMMUNE
규칙 1. 절대 보모를 고용하지 않는다.
규칙 2. 집에 여자를 들일 수 없다.
규칙 3. 집 안에서는 무조건 금연이다.
- 개인 침실을 포함한다
규칙 4. 외출시에는 늦어도 0시 30분까지 귀가한다.
규칙 5. 그 날의 설거지는 다음 날로 미루지 않는다.
규칙 6. 손님을 초대할 때는 서로에게 미리 알린다.
규칙 7. 아이들이 몰라도 될 언쟁은 아이들 모르게 한다.
- 단, 응급시에는 정원 창고를 이용한다.

 

  결국 예상대로 문제는 어느 한쪽이 연애를 시작하고 2번 및 4번 규칙이 독소조항이 되면서 발생한다. 뒤이어 자연스럽게 1번과 6번도 흔들리게 되고, 그리고나면 당연히 7번 규칙을 써먹을 일이 생긴다. 당연한 수순이다. (모름지기 계약서엔 약관부터 잘 읽어본 다음에 싸인해야 하는 법이라고 귀가 닳도록 말씀하셨던 어른들의 소중한 지혜여!) 그때마다 꼬치꼬치 간섭하는 결벽증 환자 앙트완과 간섭에 질색하는 고소공포증 환자 마티아스의 티격태격은 (이 작품이 누차에게 걸쳐 의도한 그대로) 마치 부부싸움처럼 보인다. 결국 한쪽 남편이 차츰 엄마에 가까워지고 다른 한쪽 남편이 차츰 아빠에 가까워지는 상황 - 각개의 에피소드가 내용면에서 아주 새롭거나 아주 신기한 것은 아님에도, 슬그머니 코를 간질이는 정도에서 기가 막히게 딱 멈추는 프랑스 코미디 특유의 유쾌함이 역시나 듬쑥하다. 

(200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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