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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룸 (Where The Truth Lies, 2005)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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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 '스위트 룸'의 원제는 'Where The Truth Lies', 즉 '진실이 있는 곳'쯤이 되겠다. 번역하기 오죽 난감했을지 물론 이해는 가지만, 제목 한 방에 영화가 이렇게까지 싸구려처럼 보일 수도 있구나 싶은 느낌이 들어 안타깝기는 하다. 한 십년쯤 흐른 후 어느 고요한 밤, 케이블 텔레비젼에서 '케빈 베이컨의 스위트 룸'이란 제목으로 덜컥 방영되는 것이 아닌지 몰라.

  사실 아닌 밤 중에 굳이 이런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감독이자 '그들 각자의 영화관(2007)'의 거장 35인에 포함된 아톰 에고이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패밀리 뷰잉(1987)', '스피킹 파트(1989)', '엑조티카(1994)', '달콤한 후세(1997)' 등 그의 대표작 몇몇을 본 다음에 이 작품을 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차이일 가능성이 크다. 에고이얀이 쌓아온 역사을 배제한 이 작품은 그저 그러면서도 이상 야릇 망측한 범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1950년대 스타 코미디언 콤비(레니와 빈스)의 스위트 룸에서 젊은 호텔 여직원이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을 1972년 젊은 여기자가 파헤치면서 진실에 차츰 접근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1957년과 1972년의 두 개의 시점을 오가고 쉽게 예상 가능한 것처럼 1957년의 젊은 여직원과 1972년의 젊은 여기자는 거울쌍을 이룬다. 마음 먹고 달려 들면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족히 한 다스는 찾아낼만 하다. 그런데 소재를 요리하는 방법이 어지럽고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유사 소재의 상업영화들이 흔히 취하는 직선 일변도의 명쾌함이 없다. 엔터테이먼트 산업의 추함을 자기 식으로 묘파하겠단 거장의 완고함을 탓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가장 헐리우드적 소재의 이야기를 가장 헐리우드와 원거리에 있는 감독의 손에 맡겨놓은 모양도 참 별스럽고 독특하다. 호텔, 조사, 기록 등이 전통적인 '에고이얀 키워드'에 속한다는 점만 빼면 비슷한 구석도 없는데 말이다.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을 소스로 엉뚱하게 예술영화의 태를 한껏 내어 재미없고 답답한 결과물로 완성해낸 이 기적의 신공이 놀랍기만 하다. 아울러 케빈 베이컨, 콜린 퍼스, 앨리슨 로먼, 레이첼 블란차드의 나체신을 한 작품에서 논스톱으로 감상할 수 있는 다시 없을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는 사실 또한 함부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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