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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어렵고 고단함이란

쇼트 펀트 포메이션/쇼트 펀트 포메이션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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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의 어렵고 고단함이야 익히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홈페이지를 이사한다는 것 또한 보통의 일은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몇 년에 걸쳐 박아 두었던 것들이 먼지를 풀풀내며 쏟아져 나오는데 그걸 다 어떻게 짊어지고 와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데다가, 가져온다고 그대로 다 올려두기에는 부끄러운 것이 많아 적잖이 갈등마저 생긴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지원해줄 도구가 하나도 없다는 것. 그러니까 직접 마우스로 드래그를 하여 메모장으로 복사, 다시금 새 둥지에 붙여넣기를 하는 방식으로 하나 하나 글을 옮겨야 한다는 것인데 이 또한 한두개일 때 가능한 이야기이지 게시물 수가 칠팔백개에 이르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뛰고, 다시 미칠 노릇이다. 

  지금의 내 홈페이지는 2년 전, 꼬박 한달이 걸려 노가다로 하나 하나 게시물을 옮겨낸 곳이다. 당시 나는 '제발 다시는 이딴 이사를 하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했는데 야속하게도 또 같은 상황의 반복되어 버렸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지, 뭐. 스리슬쩍 바뀐 이용 약관, 첨부파일 용량 제한, 트래픽 제한, 검색 제한, 손발이 꽁꽁 묶였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말하자면 2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여전히 내게는 스스로 도메인을 사다가 홈페이지를 만들 재주가 없다. 여전히 내게는 누구처럼 웹 디자이너 여자친구가 없다. 여자친구도 없는데 무려 '웹 디자이너 여자친구'씩이나 있을리가 만무하다. 요즘은 '블로그 포장이사' 서비스도 생겼다지만 역시 이런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결국 선택은 다시 노가다로 복사하여 다시 붙여넣기. 그리고 게시판형 홈페이지를 포기하고 다시 블로그로 돌아오는 것. 억울하고 슬픈 일이지만 누구를 탓하랴. 진작에 옥석을 가려보지 못한 내 탓인 것을.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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