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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Jack Reacher, 2012)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3.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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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불공평하다. 혁명 놀이하던 도련님 혼자 살아 남아 부자 할아버지와 화해하고 코제트와 결혼하는 것처럼.

 

  이미 톰 크루즈에게는 충분한 아바타가 있다. '미션 임파서블 (브라이언 드 팔마, 1996)' 시리즈의 이단 헌트 말이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즈음에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티븐 스필버그, 2001)'의 존 앤더튼 역할도 맡았다. 그는 이미 좋은 역할을 충분히 많이 차지했고, 아주 잘하지는 않았어도 대개는 꽤 알맞고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사이언톨로지 신자라는 일각의 놀림거리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스마트해보이는 효과도 얻었다. 그런 마당에 굳이 잭 리처까지 욕심낼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가 싫지는 않으나 (싫다니! 누가 그 호쾌한 미소를 어찌 싫어할 수 있으랴!) 다만 또 다른 액션 영웅 아바타의 구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비단 톰 크루즈에만 해당 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레밍턴 스틸과 6대 제임스 본드를 겸했던 피어스 브로스넌,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7대 제임스 본드를 겸하는 다니엘 크레이그도 마찬가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그 다음으로는 커크 선장과 4대 잭 라이언 역할을 거머쥔 크리스 파인이 입방아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을 너무 많이 하는 배우들로 인해 캐릭터의 고유한 매력이 가려진다는 건 분명 아까운 일이다.


  리 차일드의 '잭 리처'는 사실 영화같은 작품이었다. 애당초 영화가 될 수 밖에 없도록 쓰여졌기에 독자로 하여금 마음 속 캐스팅을 가늠해보게끔 만드는 작품이었다. 물론 나 역시 떠올려 본 배우들이 있었다. 부끄럽지만 내 마음 속 캐스팅 순위를 이 자리에서 수줍게 고백해보고자 한다.


1 순위: 조쉬 할로웨이 (1969년생, 6피트 2인치) 

Pros: 마초적이면서도 냉소적이고 불처럼 타오르면서도 얼음처럼 냉철한 하드 코어 전직 군 수사관 - 머리를 짧게 자른 '로스트(ABC, 2004-2010)'의 '소이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싶다.

Cons: 할로웨이는 1969년생이라, 1960년생으로 창조된 잭 리처로 분하기에는 약간 어리다.


2 순위: 레이 스티븐슨 (1964년생, 6피트 4인치)

Pros: 하드 코어 액션물에 적합한 신체 조건에서 발산하는 범접하게 어려운 아우라가 압도적이다.

Cons: 그래서 악역을 많이 맡았고 그런 이미지의 잔상이 많이 남아있다.


3 순위: 타이투스 웰리버 (1961년생, 6피트)

Pros: 파란 눈동자와 냉소가 배어나는 저음이 인상적이며 실제 잭 리처와 가장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다.

Cons: 뭔가 잭 리처로와는 살짝 안 맞는, 묘하게 염세적인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추가: 2014년부터 TV 시리즈 '보슈 (Amazon, 2014- )에서 해리 보슈 역을 맡았는데 아아! 최고 잘 어울린다!)


4 순위: 맥스 마티니 (1969년생, 6피트 1인치)

Pros: 돌부처 같은 이미지가 미 육군 헌병 출신 예비역 소령 역할에 잘 어울린다.

Cons: '대쪽같은 현직'은 몰라도 '냉소적인 전직'으로는 약간 어색하다. (게다가 할로웨이와 동갑이라고?) 


5 순위: 마크 밸리 (1964년생, 5피트 11인치)

Pros: 헌병이라는데 방점을 찍으면 실제로 군인 출신인 마크 벨리도 좋은 선택이다. 다부진 인상과 약간의 먹물기가 공존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Cons: 물론 '휴먼 타겟 (FOX, 2010-2011)'의 사례처럼 군인 출신이라는 점이 액션 연기에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작은 체구로 인해 잭 리처의 위압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부분이 있다.


6 순위: 빈스 본 (1970년생, 6피트 5인치)

Pros: 키와 체중으로 보면 최고의 선택이다.

Cons: 키와 체중만 보면 그렇다. 


*


  리 차일드의 묘사에 따르면 잭 리처는 키가 6피트 5인치(약 195 센티미터)에 체중이 220에서 250 파운드(약 100에서 113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거구의 사내다. 아이스 블루 눈동자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차츰 빛이 바랠 어두운 금발머리를 가진 남자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마초적이면서도 냉소적이고 하드 코어이면서도 올곧은 판단력을 지녀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누구를 캐스팅해도 쉽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굳이 잔인하게) 체격 조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톰 크루즈가 잭 리처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배우 중의 하나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의 캐스팅을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첫머리에서 언급한 것처럼 톰 크루즈가 비슷 비슷한 유형의 스마트 액션 영웅 역할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잭 리처 고유의 색깔을 묻어버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결과물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 어차피 누가해도 원작을 만족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라면 톰 크루즈여서 굳이 안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그만큼 괜찮다. 톰 크루즈와 크리스토퍼 맥쿼리와 궁합은 확실히 좋다. 일단 한 번 보면 '톰 크루즈=잭 리처'라는 등식도 그리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다.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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