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타워 하이스트 (Tower Heist, 2011)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1. 11. 23.

본문

  기묘한 앙상블이다. 앨런 알다와 벤 스틸러, 그리고 에디 머피를 한 작품에서 만나는 건 결코 범상한 일이 아니다. 좋게 말하면 '8명의 여인들(프랑소와 오종, 2002)'처럼 좋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익스펜더블(실베스터 스탤론, 2010)'처럼 나쁘기도 하다. 2011년도 LG 트윈스 외야처럼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과포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앨런 알다(아서 쇼어)만큼은 열외로 하기로 한다. 전설적 대배우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그 양반의 아우라 아니었으면 이 작품은 별 한 개쯤 압류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으로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감초 역할의 매튜 브로데릭(피츠휴)과 케이시 에플렉(찰리)은 오히려 이 과포화 현상의 피해자이니 역시 열외로 쳐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코미디 빅스타 벤 스틸러(조쉬)와 에디 머피(슬라이드)의 포지션 중복이다. 물론 작품의 내용과 성격을 감안하자면 벤 스틸러보다는 에디 머피쪽이 문제로 보인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작품의 에디 머피는 꼭 BBC TV 쇼의 특수 효과 같다. 마치 다른 레이어에 그려져 겹쳐 보여진 이미지라도 되는 것처럼 엉성하게 녹아들어가 전반적으로 따로 노는 느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도둑 슬라이드는 시나리오가 한 번 완성된 다음에 에디 머피를 위해서 ("뭐? 우리 영화가 에디 머피까지 잡았다고?") 별도의 특별 수정을 거치면서 갑자기 삽입된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슬라이드가 등장하는 순간마다 코미디의 코드가 싹 바뀌어 버리는 느낌이 드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애써 거금을 들여 특급 코미디언 둘을 캐스팅했으니 양쪽의 개성과 장기와 자존심을 비등하게 살려주었어야 했을테고, 그렇다보니 종국에는 이 꼴이 난거다. 이 작품은 팀 플레이가 중요한 코미디이지 '리썰 웨폰(리처드 도너, 1987)'이나 '러쉬 아워(브랫 래트너, 1998)'처럼 다이나믹 듀오로 끝을 보는 코미디가 아니지 않은가. 

  일부 언론에서는 최근 반-월가 시위의 분위기를 반영한 시의성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정말 그렇게 받아들이기엔 문제 의식의 부재가 너무 크다. 이렇다 할 각성의 순간이 없다. 떼인 우리 돈 찾아오겠다는 혈기는 각성이 아니다. 왜 떼였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없이 그저 각자의 몫만 돌려받으면 복수 혈전이고 정의 실현이고 해피 엔딩이라는 선언은 게으르고 안이한 면이 있다. 하기야 누가 알았겠는가. 타워가 정말로 일말의 은유도 없는 초호화 타워 아파트일 뿐임을. 

(2011년 11월)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