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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영화 보러 가는게 뭐 어때서?

쇼트 펀트 포메이션/쇼트 펀트 포메이션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7.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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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영화 보러 가는게 뭐 어때서? 하지만 사람들은 자꾸만 이상한 눈초리를 건넨다. '여자친구도 없는 불쌍한 놈'이라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에서부터 '혼자서 가느니 차라리 안간다'라는 비야냥까지 반응은 퍽이나 다양하다. “몇 분이세요?”라는 매표소 직원의 물음에 “혼잔데요.” 혹은 “한명이에요.” 라고 답해야 하는 때, 그 사무적이면서도 의아한 표정을 대하는 것이 가장 괴롭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내게 마음만 먹으면 시간을 낼 수 있는 대단히 여유로운 시절이어서 3년간 무려 서른 두 번이나 영화관에 가는 호사를 누렸다. 그 중 무려 스물 한번을 동행없이 혼자 갔으니 확률을 따지자면, 음…… 65.6퍼센트쯤 되는 셈이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경우에 가장 속 편한 점은 역시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 믿는다. 2인 커플이든, 3인 삼각관계든, 11인 축구팀이든, 1개 분대든 사람의 속마음과 기호는 제각기 다르기 마련인데 둥지 안의 아기 새처럼 짹짹거리는 이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여 하나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복잡하고도 고약한 민주 절차다. 물론 가끔은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주파수 맞지 않는 영화를 보는 일도 있지만, 심지어 그런 명분이라도 없어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결코 합리적인 일이 아니다. 혼자 가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의견을 수렴할 필요도 기호를 공유할 필요도 없다. 모두 내 맘이다. 나는 이런 식의 독재를 대단히 사랑한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가도 상관이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옆 자리에 누가 앉았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내용이나 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와 나란히 앉아 팝콘을 나누어 먹는다고 별 한 개 짜리 영화가 별 다섯 개짜리 영화로(물론 별점으로 영화의 급수를 매기는 방식을 좋아하진 않지만) 탈바꿈 한다거나, 혹은 죽을 운명의 주인공이 극적으로 살아나는 해피엔딩에 이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럴 바에야 혼자 보나 여럿이 보나 그게 그거다. 괜히 우글우글 몰려가서 보면 집중력은 흩어지고 잡담만 많아진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엉뚱한 이야기를 속닥대느라고 주변 사람들의 감상마저 방해하는 ‘불량 커플’들은 DVD방으로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 아울러 값싼 입놀림으로 영화를 논평하거나 결정적 전개를 폭로함으로써 김을 새게 만드는 헤살꾼들 또한 응분의 대가를 치루게 하여야 한다. 내 이제까지 혼자 영화 보러 간 사람이 그런 마구발방을 부리는 것은 보지 못했다. 우리 혼자족들은 조용히 들어가서 영화를 감상하고 들어갈때만큼 조용히 나올 뿐이다. 이 얼마나 젠틀하느냐는 말이다. 모든 영화관에서 커플석의 철거, 혹은 격리와 입구와 출구의 완벽 방음 차단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상기의 이유를 바탕으로 혼자서 영화를 보러가는 혼자족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달라져야 할 것을 주장하는 바이다.


(2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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