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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다이아몬드 <Home Before Dark>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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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닐 다이아몬드의 통산 스물네번째 정규앨범 <Home Before Dark>가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을 밟은 것은 2008년 5월의 셋째주였다. 이때 그의 나이 67세하고도 3개월. 그는 종전 65세 밥 딜런이 가지고 있던 최고령 앨범차트 1위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빌보드 앨범차트는 5월 둘째주까지 마돈나와 머라이어 캐리가 경합을 벌이는 중이었다. 5월 넷째주부터는 얼터너티브 밴드 '데스 캡 포 큐티'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신기한 것은 취미삼듯 플랜티넘 앨범을 줄줄이 발표했던 70년대에도 밟아보지 못한 앨범차트 정상이라는 사실이다 (정규 앨범으로는 3위가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괴물처럼 팔아치웠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앨범 세일즈 기록과 싱글차트 1위를 비롯한 탑 텐 넘버의 수를 계산하자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이 앨범은 영국에서도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는데 '스쿠터'와 '더 팅팅즈' 등 젊은 스타들 사이에서 정상을 밟으며 빛나는 존재감을 과시하였다. 역시 영국에서도 앨범차트 정상에 올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최고령 앨범차트 정상 기록은 일년만에 다시 깨졌다. 밥 딜런이 2009년 다음 앨범으로 67세 11개월에 다시 정상을 차지하자 불과 8개월 차이로 밀려나게는 되었던 것이다. 올 가을로 예정된 그의 다음 정규 앨범은 69세 7개월에 발표하는 앨범이다. 또다시 기적이 가능할까? 아니면 밥 딜런 스스로 자기 기록을 경신하게 될까? 아니면 새로운 노장이 도전하게 될까? (다음 주자로는 8년 후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유력하다) 물론 결과와는 상관 없이 1941년생 두 레전드가 벌인 2008년의 엎치락 뒤치락 경쟁은 훗날 팝 역사의 소중한 한 순간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비록 90년대를 힘겹게 보내기는 했지만 닐 다이아몬드는 팝 역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컨템포러리 아티스트이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싱어 송라이터 중 한 사람이다. 구글님에 채용 사이트 '사람인'을 치면 신승훈의 노래 '내 사람인 것 같아서'가 연관 검색으로 함께 나오듯이, '다이아몬드'만 쳐도 연관 검색어로 '닐 다이아몬드'가 함께 제공되는 것은 다 그럴만한 커리어가 있어서다. 엘튼 존, 바브라 스트라이전드에 이어서 '가장 성공적인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3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다. 특히 이 작품이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의 방대한 골든 레파토리를 리뷰하고 또 리뷰하던 시기를 지나 다시금 전성기의 음악 생명력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했던 반향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실버 시대의 개막이다. 예기치 못한 돌풍은 전 앨범인 2005년작 <12 Songs>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명 프로듀서 릭 루빈을 데려왔고 다시 전곡을 작사 작곡하여 열두 곡의 신곡을 실었다. 반전 계기가 필요한 아티스트에게 신선한 활력을 충전시켜주는 묘한 재주가 있음이 증명된 릭 루빈이다. 명불허전이라고 그 결과 좋은 작품이 탄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중 또한 그 참신한 노력에 뜨겁게 반응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아직까지 공연 매진을 몰고 다니는 슈퍼 스타라도 따지고 보면 정규앨범이 차트 10위 안에 마지막으로 오른 것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E.T.(1982)'가 개봉하던 해. 그렇게까지 평단의 찬사와 대중의 호응을 모두 잡게 될 줄은 아마 본인도 콜럼비아 레코드도 몰랐을 것이다. 이어 그는 이 다음 앨범인 이 작품 <Home Before Dark>를 통해 릭 루빈과의 두 번째 작업을 시도했다. 그리고 더 좋은 결과물로 생애 첫 빌보드 앨범차트 1위라는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 작품의 성공과 그 역사적 의미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창작력, 뮤직 인더스트리의 풍부한 인력 풀, 대중의 훌륭한 감식안 등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커리어의 마지막 챕터를 눈부시게 수놓는 노장의 분전에 경의를 표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반 세기를 거쳐 다듬어 온 명쾌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도 반갑고, 미묘하게 느껴지는 세월의 무게 또한 낯설지만 적잖이 의미롭게 다가온다. 회춘보다는 회고에 가깝지만 미련보다는 미래에 가깝다. 노인의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만물이 더 이상 'Sweet Caroline' 시대 같을 수야 없을 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점이 싱어 송라이터의 음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기도 하다. 

(201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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