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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바렐리스 <Amidst the Chaos>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9.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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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중반 이후 팝 시장에는 전에 없던 타입의 여성 싱어 송라이터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이전 세대의 여성 싱어 송라이터들과는 달리 개인의 내밀한 감성에 보다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고 다수에게 소구하는 음악으로의 특성을 아주 약하게 가지고 있었다. 분류상으로는 메인스트림과 인디펜던트의 사이, 장르적으로는 팝과 록과 포크 사이의 오묘한 삼각지대에 위치하였으나 그 어느 쪽에 속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또 아리송했다. 이때 등장한 이들 중에 단연 돋보였던 한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사라 바렐리스다. 그리고 사실 그녀는 당시 등장한 비슷한 느낌의 가수들 중에 가장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2007년 발표한 두번째 앨범 <Little Voice>는 빌보드 앨범 차트 7위와 UK 앨범 차트 9위까지 올라갔으며 싱글로 커트된 ‘Love Song’은 빌보드 싱글 차트 4위,  UK 싱글 차트 4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당시 간헐적으로 메인스트림에서 성공을 맛본 이 유형의 여가수들 중 지속적으로 성과를 보여준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전술한 경계적 포지션과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가 한때는 셀링 포인트였지만 이윽고 그로 인해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라 바렐리스의 성공 스토리는 놀랍기 그지없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녀가 오늘날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되라라고는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9년 현재 그녀는 그래미 노미니 (7회), 에미 노미니 (3회), 그리고 토니 노미니 (2회)의 성취를 보였다. (안타깝게도 한 번도 위너가 되지는 못했다.) 만약 오스카 노미네이션만 한 번 받으면 그야말로 EGOT-노미니(?)가 된다.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있는 사연 없는 사연 별별 사연 수도 없이 많겠지만 그 중 누구도 바렐리스처럼 인디 음악가 비슷한 포지션로 출발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더구나 그녀가 호명되었던 그래미와 토니의 경우 말 그대로 주요 부문이었다. 


  지난 4년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웨이트리스’로 거둔 놀라운 성공을 뒤로 하고 그녀는 대중음악계로 돌아와 여섯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창작욕에 불을 붙였던 것 같다. (이쯤되면 공화당 정권의 등장이 문화예술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촉매가 된다는 향간의 설이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투 시대에 대한 강한 격정이 녹아있는 ‘Armor,’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바치는 송가 ‘No Such Thing,’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격정적으로 연출한 ‘Fire’ 등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그녀 특유의 독특한 문법과 창법을 소울풍으로 컨버팅한 ‘If I Can’t Have You’도 좋다. 나이 마흔에 이미 EGOT을 평정한 존 레전드와의 듀엣곡 ‘A Safe Place to Land’는 아픈 현실에 대한 쓸쓸한 삽화이지만 더 없이 감미롭다. 이 작품은 빌보드 앨범차트 6위까지 올라갔다. 물론 이 앨범의 차트 퍼포먼스와는 별개로 기대되는 것은 그녀의 다음 행보다. 이제까지 항상 예측을 벗어나 거침없이 영역을 넘나들며 상상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었던만큼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놀라운 커리어를 이어갈지 궁금하다.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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