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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공동묘지 (Pet Sematary, 198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6.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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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팬심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엑스 파일 극장판이라든가, 트윈 픽스 극장판이라든가, 인디아나 존스와 크리스탈 해골 왕국이라든가,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라든가.

    

  스티븐 킹 삼촌에게도 그런 것이 있다면 제일 먼저 꼽을만한 작품이 바로 1983년작 ‘팻 세메터리 (한국 번역본 제목은 ‘애완동물 공동묘지’)’가 아닐까 싶다. 팬심으로 봐도 너무 과하기 때문이다. 스티비 삼촌은 본인이 어쩌다 호러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억울하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팬 중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그 점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끔씩 이렇게 정신줄 놓고 초극단적 호러 카드를 밀어붙이는 사례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인식’을 삼촌 스스로가 어느 정도 자초한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요즘 워너브라더스가 이 작품의 리메이크를 만지작거린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아니, 도대체 왜? 1974년작 ‘캐리’나 1986년작 ‘그것’의 경우 비록 호러의 외양을 취하고는 있지만 읽어낼 층위가 풍부하여 시대에 따라 여러 번 영화화 가능한 요소들이 있는데 반하여 ‘팻 세메터리’는 완전 경우가 다르다. 그냥 끔찍한 이야기일 뿐이다. 처음 소설을 읽은지가 이십년이 넘었고 지금까지 총 세 번을 국문 영문 번갈아 읽어 보았지만 아직도 그 외 어떤 설명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스티비 삼촌의 장편과 중편과 단편을 통틀어 이런 식으로 순도 100퍼센트 괴담으로만 읽히는 작품도 사실 거의 없는 듯 하다.


  스티비 삼촌은 호러 영화 팬 답게 몇몇 저서에서 흥미로운 비평을 보여주기도 하셨는데 정작 삼촌이 직접 영화작업에 뛰어든 경우 대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유일한 감독작인 ‘맥시멈 오버드라이브 (스티븐 킹, 1986)’를 위시하여 직접 시나리오 각색 작업에 참여한 많은 작품들 중에도 널을 뛰는 결과물이 많은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걸 보면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순간 순간 ‘스티비 삼촌이 직접 각색했는데 이렇단 말이야?’라며 탄식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다만 다른 시나리오 작가들이었다면 적당히 수위를 조절하여 밍숭맹숭하게 바꾸었을 부분을 원작자 직권으로 극단까지 밀고 나가는 것 하나만큼은 돋보인다. 다만 전술했던 원작 자체의 문제점(‘그냥 끔찍한 이야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그 뚝심의 발현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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