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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The Counselor, 2013)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3.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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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운슬러는 더 많은 돈을 원한다. 사업가는 더 많은 사업을 원한다. 중개인은 더 많은 여자를 원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업이 없어서도 아니다. 여자가 없어서도 아니다. 있음에도 더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른이다. 어른의 요건을 갖추었다. 전문적 능력이 있고 비즈니스의 세계를 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과감히 패를 던질 줄도 안다. 하지만 문명의 껍질을 한꺼풀 벗겨낸 날 것 그대로의 세계로 넘어가면 그들은 그저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철부지일 뿐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빠르고 강한 치타라고 여겼을 뿐 어느 순간 토끼로 전락하여 사냥당할 운명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새로운 구성도 아니다. 다만 같은 이야기가 코맥 매카시 아닌 다른 이의 손에서 씌여졌다면 많이 다른 형태로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이런 내용을 다루는 어지간한 작품이라면 일단 욕망의 상세를 반복하며 짜릿한 일확천금의 재미 혹은 탐욕에 대한 무거운 교훈을 앞장 세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부분들을 과감하다시피 생략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그렇다. 빛과 어둠이, 선과 악이, 희망과 절망이 항상 추상화되어 등장해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몇몇 인물은 종이 인형만큼 얄팍하게만 느껴진다. 왜 악한지 설명하지 않는다. 왜 더 많이 원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인간이니까 악하고 인간이니까 더 많이 원하는 것'이 노작가의 염세적이고 환멸적인 시선이다.   


  물론 그러다보니 불친절한 감이 있다. 미리 소설을 읽은 사람이 아니라면 길을 잃을만한 구석이 좀 있다. 가령 사업 구성 및 조직도가 확실하지 않다. 사업에서 누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맡고 있는지, 이들의 책임 범위가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어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지 등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세 남자가 한 씬에 등장하는 장면조차 없으니 조금 둔감한 관객이라면 나중에서야 "어머, 쟤들이 같이 일하는 거였어?"라며 탄식할 법도 하다. 따라서 배달 사고를 기점으로 이 친구들이 연대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당혹스럽고 의아하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며 도대체 누가 누구의 뒷통수를 친 것인지도 논란이 분분할 수 있겠다. 리들리 스콧 같은 빅 가이가 그런 부분을 몰라서 그냥 두진 않았을 것이다. 단지 매카시 월드의 상징과 관념을 최대한 존중해여 영화로 옮겨내려고 했을 뿐이라 이해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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