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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 세대, 최악이다

쇼트 펀트 포메이션/쇼트 펀트 포메이션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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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세대가 다음 세대를 못마땅해 하는 것은 역사 내내 반복되어 오던 일이다. 그리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권력자들이 늘 취해오던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며, 특히 권력에 빌붙은 언론들이 선봉에 서서 이를 부추기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례로 우리 할아버지 또래는 '엑스 세대'라고 불리었다고 하는데 (그게 뭔지는 디지털 유모에게 물어보시라) 당시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저 단군 이래 등장한 적이 없는 '오렌지족 날라리'들이 (오렌지족과 날라리의 의미 역시 각각 디지털 유모의 설명을 참고하시라) 우리 사회를 대차게 말아먹을 것이며 고로 이제 나라 망할 일만 남았다고 매일 탄식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아직 나라가 망하지는 않았다. 물론 망한 나라의 정의에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마 세대'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데, 2040년 이후 태어난 이 기괴한 족속들은 그 자체로 인류가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솔리드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리 '알파 세대'도, 그다음 '베타 세대'도 버릇없다는 소리를 지겹도록 들으며 자라왔지만 감마 놈들은 ‘버릇’이라는 개념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최초의 초고순도 개망나니들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나 오늘은 인사할 기분이 아니야’라는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는 걸 보면 그냥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이 든다 (여기서 가장 골 때리는 점은 이거다. 얘들은 매일 인사할 기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리에 앉아서도 ‘나 오늘은 일할 기분이 아니야’라는 식의 표정을 하고 자빠져있다. 아니 도대체 누가 상전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예상하셨겠지만 얘들은 일주일에 세 번쯤은 일할 기분이 아니다. 지금 서기 2069년에는 대부분의 직장이 주 3일제 근무인데 말이다.) 그런 태도 때문에 윗 사람에게 몇 번 싫은 소리를 듣고 나면 그다음 날에는 못 이긴 척 적당히 인사를 하는 시늉을 하는데, 사람이 없는 허공을 보며 대충 고개를 까딱함으로써 ‘니들이 그렇게 인사받고 싶어 하니 내 더러워서 해준다’라는 의사를 아주 의도적으로 드러낸다. 사실 그런 인사는 받느니만 못하고 받아도 오히려 기분만 상한다. 사실 뭐 별 상관은 없다. 엎드려 절을 받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윗 사람은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 감정을 가진 존재입니다'라고 캠페인이라도 벌이랴? 쟤네들이 우리 알파 세대를 두고 '디지털 유모 없이는 혼자 젓가락질도 못하는 늙고 주름진 애기들'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 인생에 직접적으로 타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세대의 높은 디지털 유모 의존도는 배달 음식과 틱톡, 유튜브 쇼츠에 빠져서 육아 책임을 디지털 유모에게 전가하였던 우리 부모 세대 때문인데 배달 음식, 틱톡, 유튜브 쇼츠가 뭔지는 휴... 디지털 유모에게 물어보시길). 아무튼 쟤네들이 뒤에서 뭐라고 하건 내 인생에는 티끌만큼도 영향이 없다. 스무 살도 더 어린놈들에게 인사를 받고 안 받고는 정말 내 인생에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다만 몹시 거슬리는 건 저 아이씨비엠 같은 새끼들이 그런 행동 자체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이런 걸 몇몇 되바라진 놈들의 개인 성격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한 해, 두 해, 비슷한 연령대의 신입사원들이 늘어나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건 저 감마 레디에이션처럼 유독한 세대의 공통적 인식과 사고방식, 그리고 태도의 종합적 문제라는 사실을.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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