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전에 관한 공지

  블로그 이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랑을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쯤되니 그것이 인터넷을 매개로 한 글쓰기의 숙명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2000년 7월 27일 이후로 네 번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세 번은 서비스 일방 종료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은 결국 블로깅을 포기 하지 않는 한 이런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황은 변합니다. 이 블로그가 티스토리로 이사오던 순간의 그 블로그가 아닌 것처럼 그때의 티스토리와 지금의 티스토리도 다릅니다. 이번에는 당장 내몰리는 비참한 상황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놓지 않으면 결국 다시 비슷한 경험을 하게될 것 같단 강력한 예감에 지금부터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번 이사가 끝이 아닐 거라는 사실도 압니다. 결국 몇 년 안에 또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나마 현존하는 선택지들 중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이 설치형 워드프레스라는 걸 압니다만 여전히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어렵게 결정한 여섯번째 정착지는 위블리입니다. 무려 7년만에 홈페이지 스타일로 복귀하는 셈입니다. 꽤나 방대한 양의 Pros/Cons 리스트를 작성하고 현재의 성장세 및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비교한 결과 내린 결정입니다. 상당히 치명적인 결점 (백업 미지원)이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일단 드래그 앤 드롭 빌더가 예쁘고 매력적이기는 합니다.

  뚝딱 한 방에 이사를 끝내고 이 블로그를 닫을 생각은 아닙니다. 일일이 포스트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 지리한 장기전을 피할 수도 없거니와 거기에만 매달릴 여유도 없다보니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블로그 나름의 역할도 있어 앞으로 적어도 1~2년 동안은 이 블로그도 유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기존 포스트들을 다듬고 살을 붙여서 새로운 홈페이지로 옮길 계획입니다.

바뀐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cliche0303.weebly.com


이루기 어려운 꿈인 것은 알지만 더 이상의 이사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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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로지 (2014) B평

러브, 로지 (Love, Rosie, 2014)

감독: 크리스티안 디터

출연: 릴리 콜린스, 샘 클라플린, 탬신 애거튼, 크리스찬 쿠크

 

 

  80년대를 주름잡았던 팝의 슈퍼 스타 필 콜린스. 그가 슈퍼 멋진 이유를 생각해보자

 

다섯. 슈퍼 밴드 <제네시스>의 드러머와 리드 보컬이었다.

넷. 역사상 단 세 사람의 가수만 가능했다는, 밴드와 솔로 커리어 양쪽에서 1억장 이상의 레코드 세일즈를 올린 장본인이다.

셋. "Against All Odds" (무슨 말이 필요한가?)

둘. "Another Day in Paradise" (무슨 말이 필요한가!)

하나. 슬하 다섯 자녀 중 릴리 콜린스라는 이름의 딸이 하나 있다.

 

*

 

  한낱 엇갈린 연애 감정에 '꼬인 인생'씩이나 운운하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얄팍한 통찰에도 불구하고 <러브, 로지>는 충분히 참아낼 만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놀라운 기적을 가능하게한 원인을 분석하자면 8할쯤의 기여도는 릴리 콜린스에게 있을 거라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10대 여고생에서부터 10대 딸을 둔 애엄마까지 한결같은 톤으로 일관하는 대범한 연기력조차 이 작품과 그녀의 견고한 궁합을 어그러뜨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한때 예쁜 버전의 제나 루이스 콜맨[각주:1]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게 미안할 정도. 

 

  다만 파스텔 톤 로맨틱 코미디 치고는 꽤 쎈 설정들에 움찔하게 되는 부분은 있다. 주인공 로지(릴리 콜린스)와 알렉스(샘 클라플린)는 물론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동화 수준의 정신연령을 지니고 있는데 반하여, 로지와 알렉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임신, 출산, 약혼, 파혼, 결혼, 이혼, 재혼의 파란만장한 파노라마기 때문이다. 로지와 알렉스가 첫사랑의 순수한 설레임을 끝가지 간직한다는 참도 무리한 설정과 12년이 지나도 내내 뽀송뽀송한 외모 때문에 드러나지 않을 뿐, 사실 '사랑과 전쟁' 수준 스토리라고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내용이기도 하다. 필 콜린스는 사랑스러운 따님이 이런 내용의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알까? 물론 당연히 알겠지. 하지만 그 슈퍼 스타 아빠의 입장에서는 입이 열 개여도 뭐라 하실 말씀이 없을 수도 있을 터이다. 그 분이야말로 결혼, 임신, 출산, 이혼, 재혼, 임신, 출산, 이혼, 재혼, 임신, 출산의 화려한 드러밍을 진작에 보여주신 장본인이므로[각주:2](2015/09/29)

 

 

  1. BBC의 TV Show '닥터 후(Doctor Who)'의 클라라 오스왈드 역으로 알려진 영국의 여배우. [본문으로]
  2. 릴리 콜린스는 필 콜린스가 두번째 부인 질 테이블먼과의 사이에서 가진 딸이다. 릴리가 일곱살 때 이혼하였고 3년 후 세번째 부인과 재혼하여 다시 두 아들을 낳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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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예스터데이: 브랜디 칼라일

Brandi Carlile의 다섯번째 앨범 <The Firewatcher's Daughter>

2015년 03월 (ATO Records)

 

 

  여기 수식이 하나 있다. 이 수식은 나의 아이튠즈에 1곡 이상 포함된 아티스트 927명/팀에 대한 기초 정보(활동 기간, 발표 앨범 및 곡 수 등)를 바탕으로, 특정 아티스트의 시장의 평가(앨범 세일즈, 차트 퍼포먼스, 주요지 평점, 메타크리틱 점수 등)와 개인적인 선호(아이튠즈 스타 레이팅 총계. 아이튠즈 누적 플레이 횟수)의 배율을 숫자로 보여준다. 이 고도의 수식은 너무나 신비하고도 복잡하여 이 자리에서 일일이 계산 과정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 결과값이 양이면 개인의 선호가 평균의 그것을 상회하는 것이다.

  • 반대로 결과값이 음이면 평균의 선호에 개인의 그것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유감은 없지만, 음의 영역으로 가장 멀리 밀려가 있는 이름 다섯을 밝히자면 원 디렉션(-13.5), 조나스 브라더스(-14.8), 릴 웨인(-16.2), 플로라이다(-16.6), 저스틴 비버(-19.7)다. 사실 이 정도면 '호불호'의 '불호'가 제법 정확히 반영된 셈이라 신기할 것은 없다.

 

  반면 흥미로운 것은 축의 반대쪽이다. 음의 축이 '불호'를 반영한다면 응당 '호'에 해당하는 노래의 주인공들이 양의 축에 줄 서게 될 것 같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다수에게 사랑받는 아티스트들의 경우 점수 산출 과정에서 그만큼의 인기를 반강제로 보정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외의 이름들이 집합한다. 세이버 매트릭스의 신봉자라던가 뮤추얼 펀드 전문가라면 어쩌면 이 수식의 가치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러한 반전을 통해 영점으로부터 양의 축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위치한 이름은 브랜디 칼라일. 그녀의 점수는 무려 +21.3이다. 물론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열거할때 그녀가 백 번째 안에 들어올지는 솔직히 확실치 않다. 그게 바로 이 지표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

 

  브랜디 칼라일의 노래에는 활력과 서정미가 공존한다. 쉽지 않은 조합이다. 그녀의 시그니쳐 벨팅 테크닉은 전설적인 포크록 혹은 컨트리록 여가수들의 그것을 연상시키지만 사실 그 속에 담긴 정서로부터 떠오르는 것은 인디팝 계열의 또래 여가수들의 느낌이다. 그런 위험 요소가 드러난 것이 2012년 발표한 네번째 앨범 <Bear Creek>였다. 그래미 위너 프로듀서인 트리나 슈메이커를 모셔오면서 EP의 확장판 느낌이 아닌 온전히 앨범 한 장의 질량이 느껴지는 첫번째 앨범을 이뤄냈다는 성취와는 별개로, 록킹한 에너지가 감쇠한 상태의 그녀의 노래는 우울한 버전의 사라 바렐리스 혹은 애수 띤 버전의 리사 해니건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 3년만의 신작 <The Firewatcher's Daughter>에서 그녀과 취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앨범으로의 완성도, 뿌리와 정통성의 재확인, 에너지의 재수혈. 다행히도 세 가지 측면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갔다. 완성도도 훌륭하고 장르적 정체성도 확실하고 강렬함도 충진되었다. 가장 담담한 타인과 가장 내밀한 자아가 교감하는 듯한 인상을 주던 고유의 매력 또한 되살아나 확실히 전작에 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때문에 향후 이 앨범은 그녀 디스코그라피의 새로운 시대를 규정하는 첫 작품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문득 느껴지는 세월의 무게다. 'The Story(2007)'라는 곡이 신선한 자극이 되었던 것도 벌써 8년 전 일이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시간이 흐르기 마련이고 이제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으니 페이지를 앞으로 넘길 수야 없겠지만 2000년대 중후반의 그녀를 그리워할 일은 가끔 있을 것 같다. (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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