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낙농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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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달로스의 날개: 신승훈

2010/02/10 23:41, 글쓴이 김영준(Young Jun Kim)

신승훈의 미니앨범 <3 Waves of Unexpected Twist: Love o'clock>
2009년 11월 (로엔 엔터테인먼트)

1. 지난 글에서 모든 것은 인지의 문제라고 선언했던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글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든 것은 전략의 문제다." 사실 이번 두번째 프로젝트 앨범을 위해 준비하고 있던 글은 이런 방향이 아니었음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애초 글의 방향은 이 앨범이 첫번째 프로젝트 앨범 <Radio Wave>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가정 하에 시작한 것이었는데, 결과물이 예상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쓸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Unexpected Twists에 진정으로 한 방 먹은 셈이라고 해야할까?
 
2. 신승훈의 Unexpected Twists를 위한 첫번째 미니앨범 <Radio Wave>는 2008년 한 해 등장한 모든 가요 앨범을 통틀어 몇 손가락 안에 들만한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사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결과였다. 근래 그의 음악에 등을 돌렸던 사람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한 것은 그나마 이해할만한 일이지만, 그의 황금기마저 외면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릴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사상 최초라고 해도 무방할 평단의 호응 역시 실로 고무적인 성과나 다름이 없었다. 보다 큰 의미는 웹에 익숙하고 웹의 의견을 주도하는 젊은 아마츄어 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한국 가요계가 차츰 자폭 모드로 들어가면서 반사 효과로 그나마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켰던 신승훈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쪽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 또한 내실 있는 결과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현상이었다. 문제는 이제 이 기회를 어떻게 놓치지 않을 것이냐는 부분. 일전에도 지적했지만 이 기회를 살리느냐 마느냐가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고 <변신>의 기회란 어쩌면 두 번은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약간의 오해가 빚어질 수 있다. 예전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신승훈은 <변신>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건 순전히 <인식>의 문제였고 우리 대중음악에 기준과 체계가 없기 때문에 인해 빚어진 오해였다. 어떻게보면 오히려 이렇게까지 <변신>을 강요당한 사례가 없을 거라고 주장해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그 스스로가 <변신>을 인정받겠다고 공언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유야 어쨌던 <인식>의 문제를 해결하겠단 뜻이기 때문이다. 고로 음악 이상의 비중이 전략에도 실리게 된다. 큰 변신 없이도 변신을 이룬 것처럼 편견을 깰 수 있었던 <Radio Wave>는 음악적인 면에서도 높은 퀄리티를 보여줬지만 사실상 전략의 승리였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두번째 미니앨범에서도 각개 전술은 음악에 두되 큰 틀에서의 승부는 전략으로 봐야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신승훈은 변신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고 선언하거나 본연의 자기 모습을 거듭 강조할 필요는 없다. 이제까지 오해받은 것은 일단 퉁쳐두고 이제부터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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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파일: 나는 믿고 싶다 (2008) B평

2010/02/06 10:59, 글쓴이 김영준(Young Jun Kim)

엑스 파일: 나는 믿고 싶다(The X-Files: I Want To Believe, 2008)
감독: 크리스 카터
출연: 데이비드 듀코브니, 질리언 앤더슨, 아만다 피트, 미치 필레기, 빌리 코놀리

  월요병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팔할이 <엑스 파일> 덕분이었다. 크리스 카터와 멀더와 스컬리와 대머리 부국장님이 없었다면 나는 고등학교를 끝까지 다니지 못했을런지도 모른다. 전체조회와 애국가 제창과 교장훈화와 국민체조로 시작하는 빌어먹을 월요일 아침을 나는, 오매불망 23시 05분만 기다리면서 버텨냈다. 빨리 커서 FBI 스페셜 에이전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놈들은 어떻게 드라마 한 편 보려고 일주일을 기다리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 당시 <엑스 파일>은 우리 미스테리 매니아들에게 <문성근의 그것이 알고싶다>와 더불어 본방 사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엑스 파일>의 요체는 미스테리가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외계인은 단지 이야기 구성을 위한 떡밥이다. 캐비닛에 들어가야 마땅할 기인 및 기행의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실재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외계인의 존재 여부는 (외계인에게 납치당한 여동생이 있는) 폭스 멀더에게나 중요한 일이지 외계인보다 더한 지구인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는 우리에겐 사소한 흥미거리 그 이상이 못된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오웰적 뉘앙스를 발견하는 순간! 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놀라울만큼의 절대 마력으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누군가의 의지대로 흘러가는 사회, 분리와 정제를 거쳐 알맹이가 빠진 채 전달되는 진실, 혹은 그것을 숨기기 위해 동원되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미끼, 천상 인문학도라는 여자애가 "지금은 모르지만 광우병이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일종의 형태가 원인이었다는 추측이 있다" 같은 천상 외계문을 구사하는 세상에서, 진짜 팩트를 알고 싶어하는 다중의 열망은 <엑스 파일>에 이르러 비로소 수면 위로 등장하였다. 그 유명한 선언과 함께 말이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어요."

  무려 202시간 분량에 이르는 찬란한 역사 위에 '극장판'이라는 이름으로 104분짜리 영화 한 편 얹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는가. 당연히 모든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엄습하는 실망감을 설명해내긴 어렵다. 첫번째 극장판(엑스 파일: 미래와의 전쟁, 롭 바우먼, 1998)이 워낙 NG였기에 상대적으로 나아보이는 정도이지, TV 시리즈의 크리에이터 크리스 카터가 직접 나섰음에도 분명 40분짜리 에피소드 하나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것도 TV.com에서 한 7점 정도 받았으면 다행일 정도랄까. 아직 이 작품을 영접하지 못한 과거의 동지들에게 차라리 104분 동안 '프린지(FOX, 2007~ )' 두 편을 보길 권하고 싶을 정도다. 과거 TV 시리즈때야 이런 맥빠진 에피소드가 끝나면 쓸쓸히 새우깡 봉지를 치우며, "다음 주에는 정말 강한 에피소드가 기다리고 있을꺼야"라며 위안할 수 있었지만, 7년만의 후속작이자 10년만의 극장판이니 이젠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돌아온 스멀커플도 마찬가지 (요즘은 이렇게 이름 한 자씩 따서 커플을 명명하는게 유행이더군요). 이성적이었던 스컬리는 이상해졌고, 감성적이었던 멀더는 감정적이 되었다. 중년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감소하고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하는 반면, 중년 여성의 경우엔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고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증가한다는 주장은 아마도 진실.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한다. 오십을 목전에 둔 멀더 요원 이마 주름살은 중원에서 길을 물어야 할 정도로 깊어졌다. 반면 신기하게도 스컬리 요원의 피부는 과거보다 더 뽀얗고 팽팽해졌다. 하마터면 구글에 '스컬리 성형'이라고 쳐볼 뻔 했다. 어쩌면 스컬리피케이션(Scarification, 註1)이라도 받았나보다. 그래도 이렇게 헤어지기는 아쉽다. 아직 더 남은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다. 크리스 카터, 멀더, 스컬리, 대머리 부국장님, 부디 다시 돌아오시라. 손을 씻더라도 마지막으로 크게 한 판만 하고 씻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2010/02/05)




(註1) ① 난절법(亂切法): 치료 혹은 미용(문신 등)을 목적으로 피부를 긁어내는 방법, ② 혹평(酷評)





우리 농촌 살리자: 2009 겨울 농활

2010/01/31 13:52, 글쓴이 김영준(Young Jun Kim)


  농활이 무엇인지는 니들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내게 농활을 정의하라고 하면 나는 '온기의 나눔'이라고 정의하겠다. 요즘 우리 농촌이 많이 어렵다. 중국농산물에 자유무역협정에 조류독감에 돼지콜레라에 광우병에. 이미 농촌은 몸도 마음도 모라토리움 상태다. GG치고 나가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란 뜻이다. 우리 작은 할아버지도 모범적인 영농후계자로 나라에서 상도 받고 그랬는데 돌아가실 때 남은 건 빚 밖에 없었다고 한다. 숙부들은 아직까지도 경운기, 트랙터, 콤바인, 이양기 얘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고 경기를 일으킨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듯, 빚 심은데 빚 나는 걸 몸으로 겪은 양반들이라 그렇다. 하물며 지금도 그 땅을 지키고 사는 분들이야 오죽하겠나. 앞서 ‘온기의 나눔’이란 얘기를 했는데 정리하자면 이런 뜻이다. 농촌은 춥다. 열라 춥다. 젊고 건강한 우리가 가서 일손도 돕고 애들도 놀아주고, 36.5도씨의 활기를 전파하고 돌아오자 이런 얘기다. 어차피 2학년 올라가면 여기서 반쯤은 안가게 될거다. 3학년 올라가면 거의 안가게 될거다. 4학년 올라가면 아예 서로 연락도 안될거다. 니들 중 나중에 농촌 가서 살려고 공부하는 놈은 없을 것이 아닌가. 그러니 지금이 아니면 평생 가볼 일도 없단 말이다. 우리에겐 일년에 며칠에 불과하지만 그 분들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다들 기쁜 마음으로 참석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농촌은 춥다. 열라 춥다. 서울이랑은 다르다. 파카랑 잠바랑 단단히 껴입고 가야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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