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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 칼라일 <The Firewatcher's Daughter>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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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디 칼라일의 노래에는 활력과 서정미가 공존한다. 쉽지 않은 조합이다. 그녀의 시그니쳐 벨팅 테크닉은 전설적인 포크록 혹은 컨트리록 여가수들의 그것을 연상시키지만 사실 그 속에 담긴 정서로부터 떠오르는 것은 인디팝 계열의 또래 여가수들의 느낌이다. 그런 위험 요소가 드러난 것이 2012년 발표한 네번째 앨범 <Bear Creek>였다. 그래미 위닝 프로듀서 트리나 슈메이커를 모셔오면서 그녀는 처음으로 EP의 확장판 느낌이 아닌 온전히 앨범 한 장의 질량이 느껴지는 첫번째 앨범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성취와는 별개로, 록킹한 에너지가 감쇠한 상태의 그녀의 노래가 우울한 버전의 사라 바렐리스, 정통 포크의 세례를 받은 버전의 잉그리드 마이컬슨, 혹은 애수 띤 버전의 리사 해니건처럼 느껴진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 3년만의 신작 <The Firewatcher's Daughter>에서 그녀과 취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앨범으로의 완성도, 뿌리와 정통성의 재확인, 에너지의 재수혈. 다행히도 세 가지 측면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갔다. 완성도도 훌륭하고 장르적 정체성도 확실하고 강렬함도 충진되었다. 데뷔 때부터 함께해 온 한서롯 형제와의 궁합도 절정에 올랐다. 포크록 'Wherever Is Your Heart'는 에너지의 발산이 인상적인 반면에 'The Eyes'는 정통 컨트리의 애수가 느껴진다. 가장 담담한 타인과 가장 내밀한 자아가 교감하는 듯한 인상을 주던 고유의 매력 또한 되살아나 확실히 말랑말랑했던 전작에 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때문에 향후 이 앨범은 그녀 디스코그라피의 새로운 시대를 규정하는 첫 작품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문득 느껴지는 세월의 무게다. 2007년 발표한 상징적인 곡 'The Story'이 신선한 자극이 되었던 것도 벌써 8년 전 일이다. 2009년의 'Dreams'라는 곡이 그녀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도 벌서 6년 전이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이제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으니 다시 페이지를 앞으로 넘길 수야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2000년대 중후반의 미완의 원석 같던 그녀를 그리워할 일은 가끔 있을 것 같다.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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