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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 <19>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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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녀를 자꾸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비교하는가? 둘의 공통점이라면 국적, 학연, 그리고 나이보다 노숙한 얼굴을 가지고 있단 정도일텐데. 그건 그렇고, 정말로 해 넘겨 이제 스물 한 살 맞아요? 과연 존 메이어(최우수 남성 팝 보컬상, 1977년생)가 “누나”라고 불러도 하나 이상하지 않을 1988년생 아델은, 방긋 웃었다. 제 5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여성 팝 보컬상과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상의 석권. 알짜배기만 골라 챙겼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야 없다. 음반을 녹음하고 발표하는 모든 이들의 꿈을 갓 스물의 소녀가 단 한 장의 앨범만으로 이룬 것이다.

  아델은 성숙한 (노숙한) 외모와 걸맞는 성숙한 (노숙한) 감수성을 지녔다. 음색의 밀도와 탄성에 관한 찬탄이야 아무리 퍼부어도 아깝지가 않을 것이나, 보다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은 그걸 가능하게 하는 운문 자체에서의 표현력이다. 빈티지라면 에이미 와인하우스로도 충분하다. 파워 보컬이라면 차라리 더피를 들을 것이다. 아델이 그 틈바구니에서 독보적으로 빛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감수성이고 표현력이다. 좋은 사운드, 좋은 가창력, 그 밖의 무수한 기계적 척도로는 분석될 수 없는 서정의 힘으로 그녀는 존재한다.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노래 잘하는 머신들은 많지만 그녀처럼 진짜 단백질 냄새가 나는 경우란 극히 드물다. 36.5도의 반박하지 못할 체온으로 그녀는 존재한다. 무서운 신예 디바 레오나 루이스, 작년 내내 빌보드를 뒤흔들었던 케이티 페리, 재기에 성공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그래미의 목전에서 하릴없이 물러난 것도 그녀의 그런 면모를 압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개 소녀들의 시장 공략법이 우유로 떡칠을 한 '라떼'나 '카푸치노'의 부드러움이라면, 아델은 여지없는 에스프레소다. 짧고 강하게, 그리고 진하게 밀어붙인다. 9기압 압축의 강렬한 마력에 혀 끝이 얼얼할 정도다. 

  데뷔 앨범 <19>가 뜻하는 열아홉은 앨범 녹음을 마친 나이. 실상 대부분의 곡을 그 이전에 썼다는 점을 상기하자면('Hometown Glory'는 열여섯에, 'Chasing Pavements'는 열여덟에) 뭐랄까, 재능을 타고 났다는 건 이럴 때는 쓰는 말일테다.

(200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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