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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알렌 <It's Not Me, It's You>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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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는 스물 셋이지만 이빨 드리블은 환갑의 엘튼 존 삼촌과 맞먹는단 1985년생 릴리 알렌. 마이 스페이스 일촌만 40만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미 와인하우스, 케이트 내쉬, 케이티 페리, 걸스 어라우드 등과 끊이지 않는 설전을 통해 대중음악계에는 친구보다 적이 많은 무서운 소녀. 10대 때 일찌감치 엑스터시와 코카인 중독을 선행학습하였으며, 아기를 가지고서야 겨우 담배를 끊었고, 아기를 가지고도 알코올 중독에서는 헤어나오지 못한 문제아.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시며 올 나잇 띵까띵가 놀다가 파파라치랑 시비붙어 싸우는 철없는 파티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실한 카톨릭이라고 빡빡 우기는 가련한 영혼. 조목조목 뜯어보면 꽤 귀여운 얼굴인데 하는 짓은 사냥철 아닌 때에 엽기 투성이요, 차림새는 가히 안드로메다행 급행열차인데다가 입만 벌리면 F워드가 속사포로 쏟아져나오니, 그건 그렇고 이 놈의 지지배 공연중에 뻐끔뻐끔 담배 태우는 건 도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람.


  이 모든 것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단정하는 것은 아주 편리한 방법이다. '굿 캅'이 있으면 누군가는 '배드 캅'을 해야하는 것처럼 모두가 '히어로'가 되고 싶어하는 중에서도 '안티-히어로'를 꿈꾸는 이들은 있을 수 있다. 즉, 포지셔닝으로의 악동 이미지를 구축했을 가능성 -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흔히 있는 전략이다. 허나 그런 단정이 영 상쾌하지만은 않은 것은 순전히 그녀의 음악 때문이다. 사실 릴리 알렌은 자신이 몰고 다니는 이슈, 부러 만들어내는 가공할 노이즈와 상당 부분에서 부합하는 음악을 써낸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많은 경우 음악으로 만든 좋은 이미지를 사생활이 망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녀의 경우 막장 사생활을 음악으로 변호받는 반대 방향의 기작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마냥 철부지처럼 보였는데. 노래를 들어보니 그래도 나름 이유가 있어서 아무 생각 없는 마냥 철부지처럼 행동하는 거라구나 납득이 간다는 기적의 메카니즘. 드문드문 등장하는 'The Fear'와 같은 통찰이나, '22'와 같은 고민. 심지어 머리에 꽃을 꽂은 미친 파티 걸이 발랄뻑쩍하게 외치는 'F- You'에조차 나름의 의미는 있어 보인다. 그러니 간간히 넘나드는 방종과 장난조차 함부로 무시할 수가 없지 않은가 싶어진다. 평단이 그녀에게 대체로 긍정적인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시장 또한 그녀의 난장에 흥미를 표했다. 고향인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차트 1위, 아일랜드에서는 3위, 미국에서는 빌보드 앨범차트 5위를 차지했다.

(200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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