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 리치상: 라이오넬 리치

Lionel Richie 의 아홉번째 앨범 <Just Go>
2009년 03월 (Island)

  드디어 이순(耳順)이다. 육십갑자의 한 세월을 돌며 노병은 눈부신 성공과 눈부신 쇠락을 고루 경험했다. 워낙에 과작이어서 그럴까. 통산 아홉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그의 음악에선 환갑상을 받아놓은 노인의 느낌이 별로 나지 않는다. 감각적 자켓 사진은 마치 한창 인기에 물이 오른 최신의 힙합 스타라고 해도 믿을 정도고 반짝반짝 눈이 부신 눈빛은 이팔 청춘도 울고 갈 정도다. 우리가 섬으로 돌아가 ‘달마 이니셔티브’의 일원이 되어버린 그를 만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회춘이 가능한 것인가? 역시 비결은 끊임없는 수혈일 것이다. 록의 황제 레니 크레비츠와 떠오르는 신예 다니엘 배딩필드를 불러모아 젋은 패기를 충전했던 일곱번째 앨범 'Just for You(2004)'. 스타게이트와 저메인 듀프리의 지원사격으로 최신의 감각을 이식받았던 여덟번째 앨범 'Coming Home(2006)'. 그리고 이번 앨범에 이르러 그는 스타게이트에 크리스토퍼 스튜어트, 에이콘, 니-요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스타게이트(에릭 허멘슨 & 미켈 에릭슨)가 누구인가. 니-요의 넘버원 싱글 'So Sick'과 비욘세의 세계적 히트곡 'Irreplaceable'등의 작곡에 참여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팀이 아닌가. 크러스토퍼 스튜어트는 또 누구인가. 리아나의 'Umbella'와 머라이어 캐리의 'Touch my body'를 히트시킨 요즘 가장 잘나가는 프로듀서가 아닌가.

  그러고보니 라이오넬 리치의 새로운 전략은 근래 머라이어 캐리의 그것과도 닮아 보인다. 물론 같은 아일랜드 레코드 소속이기도 하고, 크리스토퍼 스튜어트, 저메인 듀프리, 스타게이트, 더 드림, 존타 오스틴 등의 총출동을 봐도 그렇고,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고유의 영역을 버리고 힙합/알앤비의 젊음 기운을 한껏 끌어올려 승부를 벌인다는 점에서 80년대 최고의 남성 아티스트와 90년대 최고의 여성 아티스트의 오늘날 생존법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게 재기한 머라이어 캐리의 경우와 비교할 수야 없겠지요. 허나 라이오넬 리치 또한 화려했던 80년대만큼은 아니어도 약간씩 뜨거운 조짐이 돌아오고 있다. 과연 여덟번째 앨범 'Coming Home(2006)'은 10년만에 미국에서의 골드 앨범으로 기록되었고 무려 20년만에 노장에게 앨범차트 탑 텐 진입을 선물했던 바 있다. 이번 앨범 또한 전반적으로는 전작의 공식이 되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류에 정조준한 뻔한 송라이터들의 뻔한 트랙들조차 과히 나쁘지가 않다. 예순이 넘었지만 얀 웬리의 일점맹공보다도 강렬한 왕년의 곡해석력이 건재하다는 증거다. 예컨대 아홉번째 트랙 'Think of You'를 보라. 몸서리치게 마음에 드는 곡인데 혹시라도 니-요가 불렀더라면 애당초 듣기도 전에 거부감부터 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예컨대 첫번째 트랙 'Forever'를 보라. 거칠게 비유하자면 나훈아 아저씨가 빅뱅류의 노래를 부르는 셈인데(요즘 빅뱅 얼라들이 누구 노래를 열심히 커닝하는지를 복기하자면 무척 적절한 비유다) 어쩜 그렇게 목소리가 아직도 짱짱하신지. 허나 노장이 노장인 건 아직 은퇴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숱히 전장을 누비며 쌓은 상처와 연륜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기에 여전히 노장으로 일컬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고전적 라이오넬 리치표 발라드와 크리스토퍼 스튜어트식 트렌디 팝이 화려하게 융합한 'Good Morning'이 물론 좋은 예가 되겠지만 진짜 걸출한 트랙은 꼭꼭 숨겨져있는 열두번째 트랙의 듀엣곡 'Face In The Crowd'과 열네번째 트랙의 'Eternity' - 갑자, 을축, 병인, 정묘, 애들은 감히 흉내낼 수도 없는 육십갑자 리치상의 내공 대폭발이다. 모두 일어나 노병의 귀환을 경배하라. (200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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