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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즈 투 멘 <Motown: A Journey Through Hitsville USA>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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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 역사상 남성 보컬 그룹이라는 포맷이 오늘날처럼 쇠락한 시대는 없었던 것 같다. 장르의 유행이란 물론 돌고 도는 것이라지만 이 인류 최초의 악기이자 인류 최후의 악기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어왔다. 기계산 대중음악에게 잠식당하지 않았던 마지막 시절로 기억될 지난 세기의 마지막 십년은 성대를 울려 마음을 움직이는 그 근원적인 에너지가 정점에 이른 순간이었다.  '올 포 원', '컬러 미 배드', '조데시', '서피스', '포트레이트'등의 컨템포러리 R&B 보컬 그룹들이 앞다투어 등장하여 조화의 정수를 보여주었지만, 나름의 색깔과 지향점을 가졌던 그들에게 덜컥 ‘짝퉁’이란 불미스런 꼬리표를 붙여버린 네 남자(네이선 모리스, 완야 모리스, 숀 스톡맨, 마이클 매커리), 그 이름도 찬란한 '보이즈 투 멘'의 존재를 빼고는 아마 90년대 남성 보컬 그룹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머라이어 캐리, 자넷 잭슨, 가스 브룩스에 이어 빌보드지가 선정한 1990년대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4위. 그 다음으로 랭크된 셀린 디온(5위)과 마돈나(6위), 그리고 휘트니 휴스턴(8위)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실로 인상적인 결과다.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다섯 곡을 비롯하여 탑 텐에 열두 곡을 올린 이들의 통산 앨범 세일즈는 약 4,200만장 (정규앨범 3,500만장)에 이른다. 90년대 동안 단 세 장의 정규앨범 밖에 발표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는 믿을 수 없을만큼 급격한 하락세가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놀랍도록 짧고 놀랍도록 굵은 기록이다.

  일곱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Motown: A Journey Through Hitsville USA’은 그들의 고향인 모타운에 바치는 작품으로 제목 그대로 모타운의 전설적 명곡들을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전작인 ‘Throwback, Vol. 1’ 또한 커버 앨범이었으니, 사실상 그들이 오리지널 송으로 승부했던 것은 저음 파트를 담당하는 마이클 매커리가 탈퇴하기 전인 2002년이 마지막인 셈이 된다. 이후 그들은 아리스타를 떠나 독립 레이블로 옮겨 나름의 타개책을 모색했고 아시아 팬들을 위해 일본 공략용 앨범을 따로 내기도 했지만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월드 스타'가 돌연 아시아 시장에 목을 매기 시작했다는 것 부터가 사실 어느 정도는 쇠락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어 서글프기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자신들의 레이블을 통해 발표했던 ‘Throwback’ 시리즈의 Vol. 2가 아니다. 유니버셜 그룹 산하의 데카레코드와 계약했고 테마는 그들 커리어의 6년을 보냈던 모타의운 히트송이다. 템테이션즈의 ‘Just My Imagination (1971, 빌보드 1위)’, 포탑스의 ‘It's the Same Old Song (1965, 빌보드 5위)’, 마빈 게이의 'Mercy Mercy Me (1971, 빌보드 4위)’‘Ain't Nothing Like the Real Thing (1968, 빌보드 8위)’, 미라클스의 ‘The Tracks of My Tears (1965, 빌보드 16위)’, 배럿 스트롱의 ‘Money (1959, 빌보드 23위)’ 코모도스의 ‘Easy (1977, 빌보드 4위)’, 스티비 원더의 ‘I Was Made to Love Her( 1967, 빌보드 2위)’'Ribbon in the Sky (1982, 빌보드 54위)', 드바지의 'All This Love (1982, 빌보드 17위)', 마이클 잭슨의 ‘Got to Be There (1971, 빌보드 4위)’ 웨드윈 스타의 ‘War (1969, 빌보드 1위)’, 그리고 브라이언 맥나잇과 함께한 자신들의 명곡 ‘End of the Road (1992)’까지. 그렇다고 마냥 무임승차라 따져 묻기도 어렵다. 적게는 7회에서 많게는 30여회 이상 재창작된 이력이 있는 명곡들임에도 다시 듣는 재미가 결코 적지 않다. 이 앨범에 프로듀서로 전격 참여한 랜디 잭슨의 존재 때문에 <아메리칸 아이돌>의 '라스베가스 오디션 라운드 2'쯤으로 폄하되어선 안될 것이다. 이 앨범은 제 51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R&B 앨범' 부문에, 아카펠라로 탄생한 'Ribbon in the Sky'는 '베스트 R&B 퍼포먼스' 부문에 각각 노미네이트 되었다.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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