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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냐는 말에 대처하는 방법에 관하여

쇼트 펀트 포메이션/쇼트 펀트 포메이션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7.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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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개라는 사람에게 홈페이지 혹은 블로그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고 "음, 왜 그런 걸 하는데?"라고 대놓고 앞에서 타박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아예 컴퓨터와 척을 지고 사는 사람들이나 인터넷이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완고한 사람들의 의견이라면 홈페이지나 블로그 아닌 그 무엇에도 야박할 것임에 틀림없으니 그런 경우는 열외로 해두어야 마땅할 것이다.

 

  언젠가 아는 사람이 내 블로그를 보고 이런 반응을 보였다. “음, 왜 이런 짓을 하지?” (정확히 '음' 다음에 한 박자를 쉬고 '왜 이런 짓을 하지?'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일로 나는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내 블로그가 정말 그렇게 해괴하고 희한하고 망측하고 민망한 일인가 싶어 한동안 고민을 거듭하였다. 여기서 문제는 그 아는 사람이 당시 상사 중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 이후 나는 블로그를 업데이트 할 때마다 그가 탐탁지 않게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아가 그 탐탁지 않음이 일터에서의 나에 대한 평가에 반영되지나 않을까, 하는 고민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 꼬투리가 된 적도 많았다. 가령 내가 허점을 보이거나 실수를 하면 그동안 감시하며 모아두었던 트집거리를 단박에 몽땅 쏟아붓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짓을 할 시간이 있는데 일은 고작 이렇게 밖에 못하냐는 것이다. 말끔하지 못한 일처리로 욕을 먹는 건 (뭐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어쩌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퇴근 후 여가 시간을 투자한 개인적인 일로 욕을 먹는 건, 글쎄.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물론 그런 사람이 블로그에 접근하도록 방치한 내 잘못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여지나 빌미나 단서를 주지도 않았는데, 지가 알아서 (이제는 아무도 쓰지 않는) 싸이월드 회원 검색을 하여 미니홈피를 찾아내고 그 미니홈피를 집요하게 뒤져 옛 홈페이지의 위치를 파악해내고, 다시 옛 홈페이지 한 구석의 자동연결을 통해 블로그에 도착한 것이라면, 그건 백 퍼센트 내 잘못이라 보기도 어렵다. 단지 그 인간이 더럽게 집요한 탓이지. 아무튼 나로서는 참 억울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가령 누가 하루에 두세 시간씩 멍청한 TV 연속극이나 예능 프로를 들여다본다고 “왜 그런 짓을 하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나름의 방법일 거라 생각할 뿐이다. 엄연히 다음 날 업무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임에도, 누가 밤새도록 술을 퍼마셨다고 하여 “왜 그런 짓을 하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그저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를 좋아하는 거라고 여길 뿐이다. 다음 날 업무에 크리티컬한 타격을 입히는 일임에도, 누가 황혼에서 새벽까지 무도회장에서 몸을 흔들었다고 하여 “왜 그런 짓을 하지?”라고 말하는 사람 또한 없다. 그저 사람들이랑 어울려 노는 것을 많이 좋아하는 것이라 여길 뿐이다. 마찬가지로 이 또한 업무 외 시간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게다가 굉장히 건전하다. 돈도 들어가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없다. 그런데 왜 블로그가 문제가 되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지금껏 이 블로그가 세상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맞서는 나만의 방식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처럼 이 블로그로 인해 세상이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마주하기도 한다. 아주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200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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